유희경 (시인,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대표)
: 코를 훌쩍이는 그녀에게 무심히, 감기냐고 물었다. 그제야 그녀는 고양이 여백이 얘기를 꺼냈던 것 같다. 털 알레르기라고, 비염이 있는데, 여백이랑 사니까 좀 심해졌다고 그래서 약까지 먹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그녀가 얼마 전부터 아기 고양이와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런데 그게 그녀에게 어떤 영향이 될 거라는 생각까지는 미처 하지 못했었다. 헤어지고 나서, 그녀의 SNS에 올라와 있는 여백의 사진을 꼼꼼히 보기 시작했다. 그제야 그 사진들에서, 봉현이, 그녀의 방 구석구석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백이가 오기 전까지 딱딱한, 고체 형태의 쓸쓸함으로 굳어 있었을 빈자리. 그녀는 거기서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혼자이고, 혼자여서 어디론가 떠났을 것이다. 돌아와서는 다시, 떠날 준비를 하며 보냈을 것이다. 그러자 사진 속 그 작고 귀엽던 여백이가 온기를 가진 존재로, 의미로 와 닿기 시작했다. 그 작은 생명체를 찍는 봉현의 마음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그녀는 알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혼자라는 것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곁을 나누어주기 위한 준비 단계라는 것을. 봄날의 택시 안에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좀 웃었던 것 같다. 보기 좋아서. 적당히 시샘이 나서. 그 웃음은 여백이 이야기를 하며 봉현이 흘렸던 웃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이엘 (배우)
: 봉현 작가와 여백이는 지금 함께이다. 그것도 아주 좋은 친구 사이로. 봉현 작가는 여백이의 눈빛, 움직임, 숨소리 표현하는 그 무엇 하나라도 깊이 들여다보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렇게 좋아할 수 있을까 싶은데 정말 그렇게 좋아한다. 이렇듯 서로가 서로를 쳐다볼 수 있는 힘이 아마 사랑 아닐까. 비록 여백이는 이 책을 읽을 수 없겠지만 봉현 작가의 모자 속에 뛰어든 그 순간부터 이미 사랑이었을 것이다. 부서질 것 같은 작은 털 뭉치에서 이만큼 자라기까지 여백이랑 봉현 작가, 수고 많았어요. 읽게 해줘서 고맙고, 보게 해줘서 고맙고, 만나게 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