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우정을 그린 영화 [렛미인]의 원작소설로,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던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데뷔작이다. 1981년 스웨덴을 배경으로, 지옥 같은 현실에서 탈출하기를 꿈꾸는 열두 살 왕따 소년과 그런 소년을 위해 복수를 해주는 뱀파이어의 이야기이다.
북유럽식 사민주의가 실현되는 블라케베리에서는 바닥에 내려앉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지만 공동주택으로 대변되는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후기산업사회의 산물인 그곳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는 이들. 이혼을 했거나 사별한 중년의 남녀들, 결손가정의 아이들, 아동성애자, 왕따 등.
주인공 오스카르 역시 예외는 아니다. 결손 가정에 학교에서는 끔찍한 왕따에 시달리는 열두 살 소년. 그런 그들의 비루한 삶의 틈새로 어느 날 가공할 열두 살 소녀가 스며든다. 영원히 열두 살로 살아야 하는 200살의 뱀파이어 엘리가. 열두 살 외톨이 소년 오스카르가 혹독한 겨울의 끝에서 뱀파이어 친구를 만난다.
소설에서는 영화가 암시적으로만 언급하고 지나간 것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맥락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작품의 중심에는 주인공 오스카르와 뱀파이어 친구 엘리의 우정(혹은 로맨스)가 존재하지만, 이들의 이야기와 단단히 맞물려 있는 것은 영화에서는 스쳐 지나가듯 등장했던 주변 인물들의 삶이다.
등장인물 중 가장 판타지적인 인물인 뱀파이어조차 '먹고살기 위해서는 살인을 해야 한다는' 실존적 고뇌에 몰아넣는 이 소설은 냉전이라는 시대적 비극 속에서 반쪽짜리 세상을 살아가야 했던 복지국가의 하층민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러나 시종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고 그려나간다.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은이)의 말
믿어주셔야 한다. '칠 년 후에 서울이나 포항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을 수도 있어.' 2002년 첫 소설 <렛미인>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솔직히 말하자면, 이야기가 하도 괴상해서 내 고국인 스웨덴에서조차 출간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스웨덴에는 이렇다 할 호러 전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 군산이나 여수의 독자 분들? 무슨 이야기를 더 하면 좋을까?
뱀파이어라는 설정을 빼면, 소설 <렛미인>은 나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이야기? 물론 그렇다. 바야흐로 소설이 출간된 지 칠 년이 된 지금, 저 멀고 먼 나라의 여러분이 내 유년 시절을 바탕으로 한 허구적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생경하면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정말이지 꿈조차 꿔본 적이 없는 일이다.
모쪼록 즐겁게 읽어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