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단의 선봉장', '중국 제3세대 문학의 대표 작가'로 불리는 쑤퉁이 5년간의 긴 침묵을 깨고 발표한 장편소설. 쑤퉁은 이 소설을 통해 현대 중국의 실상과 중국 하층민의 서글픈 일상을 낱낱이 해부하여 현대인의 추악함과 세상의 어두운 그림자를 폭로한다.
21세기를 앞둔 대도시의 기차역 광장을 배경으로 무리한 성형수술로 얼굴을 망친 금발소녀, 복권에 인생을 걸다가 미쳐버린 슈훙, 아름다운 성에서 근무하려다 살해당한 펑다린, 허세와 체면을 위해 하루하루를 낭비하다 살인자가 되어버린 커위안 등 중국 하층민을 대변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쑤퉁은 이 인물들을 통해 현대 중국에서 벌어지는 소통의 단절 문제를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그들은 한 동네 사람들인데도 서로 증오하며 이용하려고만 든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돈과 권력(힘)뿐. 쑤퉁은 이들에게 어떤 연민도 보이지 않고, 비아냥거리며 냉소적인 응원을 보낸다.
쑤퉁 (지은이)의 말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기차역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21세기 전야, 설을 쇠기 위해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기차역 광장에서 갑자기 내가 사람들로 이루어진 늪에 빠져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나는 사람들의 몸으로 가득한 공간이 만들어낸 굽이굽이 휘어 도는 통로에서 생계로 찌들어 풍상에 절은 무수한 민초들의 표정을 보았다. 우애나 선량함이나 적의조차 없이 마비된 눈빛들을 보았다. (……) 그 풍경을 보면서 나는 대단히 예리하게 스스로에게 암시를 보냈다. 너, 비참한 인생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거야.
(……) 내 기억으로는 그날 밤 기차역 광장에 닿아 기차에 오르기까지 대략 이십여 분의 시간을 보냈는데, 이 이십 분은 내게 ‘인생을 직면’하게 하는 경험을 주기에는 충분치 않았지만, 이 소설을 관통하는 분위기를 각인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작가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