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마엘 카다레가 ‘미크로로망(microroman, 미니어처 소설)’이라 지칭한 세 편의 단편 소설집. 최신작 ‘광기의 풍토’, ‘거만한 여자’, ‘술의 나날’이 실려 있다. 40년의 시차를 두고 쓰인 작품들은 긴 시간의 간극에도 흔들림 없이 전혀 다른 문체와 등장인물을 통해 전후 공산주의 체제 초기 알바니아의 초상을 그려내고 있다.
표제작 ‘광기의 풍토’는 고향인 쥐로카스트라에 바친 작품 <돌에 새긴 연대기>의 후속편 격으로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 시대의 비극과 광기에 휩쓸리는 가족사를 천진한 소년의 눈을 통해 그려냈다. 어린아이의 눈과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내고 때론 천진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뒤에 펼쳐진 가문의 비밀과 숨죽여 말하는 위태로운 사연들이 강렬하고 살벌한 그림처럼 그려져 있다.
‘거만한 여자’는 몰락한 가문과 새 체제의 옹호자라는 두 적대계급간의 결혼을 소재로 했다. 공산당이 득세한 뒤 오직 사회적인 관계만이 세상을 지배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시골구석의 몰락한 가문의 사람들. 그들은 잃어버린 권세를 되찾기 위한 방편으로 꿈꾸는 공산당원의 결혼을 이루기 위해 절치부심한다.
소설은 공산주의 역사와 은밀히 연결되는 가족을 통해 공산주의 사회의 잘 알려지지 않은 한 단면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술의 나날’은 성배 탐색에 나선 두 대학생의 어처구니없는 여정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냈다. 그들이 찾는 것은 위대한 알바니아 시인의 소실된 원본. 시간을 초월하는 방법을 통해, 무기력한 젊음이 기이한 탐색에 이끌리는 완전한 고독감을 표현한다.
차례
광기의 풍토
거만한 여자
술의 나날
옮긴이의 말
이스마일 카다레의 주요 저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