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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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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경란이 <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2001) 이후 6년만에 발표한 네 번째 장편소설. 요리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의 관능적 사랑을 그리는 동시에, 사랑과 같은 욕망의 뿌리를 가진 증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원은 서른세 살의 요리사다. 스무 살 때부터 이탈리안 요리 전문학교에서 요리를 배웠고, 스물세 살부터 칠 년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그리고 스물아홉 살부터 자신의 쿠킹 클래스에서 요리를 가르쳐왔다. 칠 년간 함께했던 애인 석주가 떠나기 전까지는. 지원의 요리를 맛보고 찬탄해주던 그 남자의 혀가 이제 다른 여자의 이름을 발음한다. 지원의 쿠킹 클래스에서 요리를 배우던, 젊고 도발적인 전직 모델 이세연의 이름을. 지원의 주방 도마 위에서 '축축하고 번들거리는 거대한 분홍빛 혀처럼' 하나로 얽혀 있던 그들은 미련없이 떠났고, 지원은 늙은 개 폴리와 함께 남겨진다. 삶의 결을 섬세하게 더듬는 느낌을 주었던 기존의 조경란 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선보이는 작품. 강렬하고 흡인력 있는 스토리에 빠른 전개, 탄탄한 구성이 장편소설 <혀>에서 새롭게 포착되는 특징이다. "다 읽고 나면 입에 군침이 돌게 하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것이 작가의 변. January : 소설 <혀>는 조경란식 "감각의 제국"이다. 그의 자아는 의식이기 이전에 우선 감각이다. 그중에서도 미각, 즉 입 속의 혀다. 그는 입을 통해서 세계와 만난다. - 김화영 (문학평론가, 불문학자) : 조경란의 <혀>는 마음이 산산이 조각나고 온몸이 부르르 떨리는 바로 그 순간에 집중한다. 그러니 <혀>를 읽는 당신이여, 찢겨진 사랑에 무릎 꿇었던 그 옛날로 돌아가기를. 그런 후에야 현란하게 펼쳐진 갖가지 요리들 너무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여자의 창백한 얼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얼굴은 한때 당신의 얼굴은 아니었는지. 잊혀진 감각들이 고개를 든다, 바로 지금 당신의 혀 위에서. - 차미령 (문학평론가) : 정념의 요리, 사랑의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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