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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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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수는 <캥거루가 있는 사막> <젤리피쉬> <눈의 경전> 등의 작품에서 이국적인 배경을 주로 선보이며 현실의 비루하고 냉혹한 일상성을 '여행'이라는 과정 속에서 새롭고 강렬한 감각으로 인식시켜왔다. 자음과모음에서 이번에 출간된 <엔드(여기) 바(그리고) 텐드(저기)>는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금-이곳'의 삶과 조우하고 있다.
지금까지 오스트레일리아와 히말라야 그리고 서울까지를 소설의 배경으로 삼아왔다면, 해이수의 세 번째 소설집 <엔드 바 텐드>는 오직 표제작인 '엔드 바 텐드'만 몽골이라는 이국적 배경을 소설의 공간으로 삼았을 뿐, 나머지 작품은 모두 지금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외국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이나 여행자의 삶이 아닌 자신이 나고 자란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그릴 때 드러날 수밖에 없는 더 날카로운 현실의 실감을 <엔드 바 텐드>에서 발견할 수 있다. 엔드 바 텐드
: 지구 남반부의 호주와 지구의 지붕인 히말라야를 거쳐, 해이수는 한반도의 외진 한산시장과 서울의 뒷골목까지를 찬찬히 살펴보고 있다. 또한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는 삶의 의의를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한층 낮아지고 깊어진 시선을 통해 펼쳐진 지금-이곳의 삶은 참으로 따뜻하다. 그 따뜻함은 쉼 없는 문학적 정진과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인해 가능했을 것이다. 『엔드 바 텐드』가 한국문학이 독자에게 귀환하는 하나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국일보 2019년 12월 6일자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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