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아이들에게 인생의 첫 번째 우상이자, 삶의 모델이다. 아이들 눈에 비치는 '우리 아빠'는 힘도 가장 세고, 못하는 것도 없는 슈퍼맨이다. 친구들에게 아빠의 존재를 자랑하고 싶고 빨리 커서 아빠처럼 되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이젠 제법 말대꾸도 하고, 대들기도 한다. "아빠가 너만 했을 땐 말이야." 하며 자신과의 비교가 반복되면, 맹목적인 존경심에서 벗어나 의심과 불만의 단계로 들어선다.
동화 속의 현호는 타임머신을 통해 아빠의 과거를 직접 들여다본다. 결국 아빠도 어렸을 때는 현호와 똑같았다니, 뭐든지 잘하라는 부모님의 잔소리에 지친 아이들도 함께 통쾌하다. 그러나 한 집안의 가장으로 책임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우리 아빠들은 겉으로는 센 척하고, 뭐든지 알아서 잘하는 체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작가는 아빠의 진실을 알아가는 통쾌함 속에서도, 힘든 아빠들의 속마음을 은근히 대변해 주고 있다.
타임머신을 통해 아빠의 과거를 다 확인한 현호는 아빠도 나와 같이 평범한 말썽꾸러기 아이였다는 사실에 오히려 아빠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 아빠와 아들의 모습, 가족의 일상이라는 평범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구성과 상상력이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익살과 재치로 웃음을 연발케 하는 현호의 독백은 작가의 탁월한 글 솜씨를 유감없이 보여 준다.
한편 독특하고 세련된 김진화의 그림 덕분에 현호의 타임머신 여행은 더욱 신 나게 펼쳐진다. 콜라주 기법을 자유자재로 쓰는 화가 김진화는 이 책에서도 이야기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 상자, 아빠 사진, 옷걸이 등을 가지고 타임머신을 만들어 보자는 멋진 아이디어는 이야기를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들어 주었다. 아빠의 과거 부분은 사진과 일러스트를 결합한 독특한 방식으로 상자 안을 들여다보듯 기발하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한 뒤 지금은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자유분방하며 위트 넘치는 일러스트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여름이 오기 전에》가 있고, 그린 책으로 《봉주르, 뚜르》, 《학교 가는 길을 개척할 거야》,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 《친구가 필요해》, 《뻔뻔한 실수》, 《마음아, 단단해져라》, 《괴물딱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