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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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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문학의 도시였던 파리, 그리고 이제는 사라져버린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곳 '셰익스피어 & 컴퍼니'. 서점의 창시자 실비아 비치의 정신을 이어받아 공산주의자이며 무정부주의자인 조지 휘트먼이 완성한 오늘날의 '셰익스피어 & 컴퍼니'는, 작가들은 물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문학의 박물관이자 휴머니즘의 성지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서점 한구석에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무료로 숙식을 해결하며, 오래된 책장 사이에서 가장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다. 파리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방세를 대신해 서점 일을 돕고, 끝을 알 수 없는 책읽기와 무모한 글쓰기를 강행하며, 서로를 조금씩 더 이해해가면서 짜릿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제레미 머서'란 인물 역시 이 문학의 토끼굴에 운명처럼 뛰어들어 조지와 서점 식구들의 독특한 삶을, 오래된 책장 틈새에 숨어 있던 소중한 추억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에는 캐나다 지방지의 사회부 기자가 파리의 특별한 낡은 서점을 안식처로 삼기까지의 이야기가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있다. 1부 새로운 우주의 발견, 혹은 블랙홀 : 세상의 별관을 밝히는 서점의 불빛 :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의 번역으로 주목을 받는 데버러 스미스가 서울도서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왜 그렇게 노벨문학상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어요. 우선 책 읽는 독자들이 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젊은 그녀의 이야기가 마음을 확 찔렀다. 그렇다.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랜 세월을 켜켜이 입고 변함없이 파리의 밤을 밝히는 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의 주인장 조지는 이렇게 일갈했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읽을 줄 모르는 것보다 더 나쁘다.” 곧 100년의 역사를 맞이하게 되는 ‘셰익스피어 & 컴퍼니’는 헤밍웨이, 에즈라 파운드, 제임스 조이스가 사랑했던 문학의 박물관이자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쉼터이다. 시시한 기자 노릇을 하며 세월을 허송하던 제레미 머서는 조지의 말에 찔려 서점에 머물러 읽고 쓰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단순히 서점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가 그랬듯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책을, 올 여름 당신의 쉼터로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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