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고학년과 청소년에 분류된 것을 보고 혹시 이 책을 '청소년을 위한' 아니면 '어린이를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축약본 삼국지로 생각할 수 있다. 또, '만화' <삼국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10권으로 구성된 <우리말로 쉽게 풀어 쓴 완역 삼국지>는 삼국지의 원본을 그대로 완역한 책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배려한 부분이 곳곳에 눈에 띈다. 제일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삼국지의 장대하고 호쾌한 분위기를 섬세하게 살린 삽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모습과 그들이 벌이는 화려한 전투 장면을 고전적이지만 무겁지 않게 그려냈다. 책의 여백에는 '윤'이나 '낭중'과 같은 배경 지식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을 꼼꼼하게 해설을 붙였다. 단어 옆에 바로 해설이 붙어 있어서 독서에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우리말'로 삼국지의 세계를 그려냈다는 데에 있다. '도원결의'는 '복숭아밭에서 한 다짐'으로 번역하는 등 이름과 관직, 지명과 같은 고유명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한자어를 가능하면 우리말로 옮기기 위해 애를 썼다. <삼국지>를 이미 접한 독자들에게, 한글로 풀이된 대목대목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글뜻을 깊게 이해한 옮긴 이의 유려한 문장 구사는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옮길 때 바탕으로 삼은 책은 중국의 강소고적출판사에서 1999년에 낸 <수상삼국연의>이다. 각 권 및 각회에 나온 제목은 옮긴이가 달았고, 기존 축약본에서 누락된 '시'와 '노래'를 모두 되살렸다. 또, <삼국지> 내용에 대한 옮긴이의 논평은 최대한 넣지 않아, <삼국지>를 처음 만나는 독자들이 책에서 펼쳐지는 영웅들의 삶 속에 흠뻑 빠질 수 있도록 했다.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고 서울시립대학교 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연구했다. 오랫동안 어린이책에 여러 형태의 다양한 그림을 그려 왔으며, 이 책에서는 콜라주와 섬세한 세밀화로 동물들의 모습을 친근감 있게 그려 냈다. 그린 책으로는 《우리말로 쉽게 풀어 쓴 완역 삼국지》, 《댕기 땡기》, 《나무 의사 큰손 할아버지》, 《가방 들어주는 아이》, 《역사가 흐르는 강, 한강》, <한국 생활사 박물관> 시리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