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텁지근한 공기가 주변을 뒤덮고 폭풍우를 실은 먹구름이 들판 위로 낮게 깔리고, 낮은 소리로 으르렁대며 곤두박질치는 천둥소리에 유리창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천둥치는 날. 아이들은 이불 속 깊이 얼굴을 묻거나 엄마나 아빠에게 달려와 무섭다고 칭얼대기 시작하겠지요. 그때를 맞춰 다시 한 번 우르릉 쾅!
책에 나오는 소녀도 얼른 침대밑으로 숨었네요. 그런데 손녀를 보던 할머니는 아주 부드러운 웃음을 띠며 손녀에게 다가갑니다.
"괜찮다, 괜찮아."
낮으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할머니는 '천둥케이크'를 만들어보자고 합니다. 이렇게 천둥이 치고 무서운데 케이크라니요? 하지만 천둥케이크가 뭘까요? 소녀는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천둥이 얼마나 가까이 오는지 숫자를 세가며 소녀는 케이크를 만들기로 합니다.
그래서 소녀는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깍쟁이 암탉에게서 달걀도 가져오고, 늙은 발차기 젖소한테서 우유도 가져오고, 잡목이 우거진 숲을 지나 광까지 다녀오고 헛간 마당에 있는 울타리에 올라가 토마토도 땁니다. 천둥이 몰아치는 폭풍전의 그 바깥을 돌아다니면서요. 물론 소녀의 옆에는 할머니가 계셨지요. 소녀는 무서웠지만 할머니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며 케이크 만들 준비를 다 했답니다.
드디어 반죽을 하고, 크림을 녹이고 오븐에 빵을 넣어놓고 나니, 할머니가 소녀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용감한 꼬마'라구요. 정말 그러네요. 이제 소녀는 천둥을 무서워하지 않나 보아요. 완성된 케이크를 앞에 두고 할머니와 소녀가 다정하게 웃고 있네요. 폭풍은 시작되었구요. 하지만 소녀에게 이제 폭풍은 하나의 축제가 되었답니다.
저자 패트리샤 폴라코의 유년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그려진 이 그림책은 이야기도 아주 매력적이지만 아이의 호기심 어린 표정, 약간의 두려움, 할머니의 지극히 넉넉한 모습들이 한눈에 들어온답니다. 약간 둥근 선들을 사용한 그림들은 따뜻한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고요, 러시아 풍의 옷들과 소품들, 그리고 늘어지게 혹은 장난스럽게 소녀를 좇아다니는 고양이와 동물들의 모습이 아주 포근합니다. 쿡쿡..뒤에 뭐가 있는 줄 아세요? 천둥케이크 만드는 법이요. 천둥치는 날, 한 번 아이와 함께 천둥케이크를 만들어보지 않으시겠어요?
마음을 파고들면서도 따스한 동화를 만들 줄 아는,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난 이야기꾼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뉴욕타임스>에서 뽑은 베스트셀러 작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폴라코는 이 책 《존경합니다, 선생님》에서 어린 ‘패트리샤 폴라코’가 그림책 작가인 현재의 ‘패트리샤 폴라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켈러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았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오늘은 내가 스타》 《할머니의 선물》 《천둥 케이크》 등 많은 책을 쓰고 그렸다. 지금은 미국 미시간에 살며 활발히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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