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종로점] 서가 단면도
|
손안의 가장 큰 세계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일곱 번째. 가장 강렬하고 아름다운 판타지를 선사하는 ‘스토리텔러’ 작가 구병모의 신작으로, 삶 속에 도사린 폭력에 맞선 사람들을 구원해주는 환상적 순간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평범한 중년 여성 ‘시미’는 동료 ‘화인’을 통해 미제 사건들의 연결 고리를 따라가며 비밀을 공모하듯 낯선 세계로 발을 들인다.
현실이라는 지표에서 떨어진 세계를 공유하면서 타인에게 무심하던 시미가 낯선 사람에게 건네는 축복의 말들은 “입 밖으로 나온다고 하여 [……] 달아나거나 가치가 감소하지도 않”는다는 책 속 문장처럼 나약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쉽지만 신비스런 기도를 체험하게 한다. 무엇이 나를 지켜줄지 아득한 가운데, 빛나는 생을 살지는 못하더라도 한 발치 앞이나마 비추어줄 한 점의 빛을 만날 수 있기를 비는 작가의 염원이 가슴에 든든하게 새겨진다. 한 회사의 옆자리에 근무하고 있지만, 이십대 화인과 곧 쉰 살이 되는 시미는 서로의 개인사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상무’라는 공통의 적에 맞설 때에만 느슨하나마 연대감을 느끼는 정도다. 어느 날 시미는 화인의 아파트에서 폭파 사고가 났다는 기사를 접하고 화인을 떠올리지만 늦은 시간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는 친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연락하기를 그만둔다. 그러나 다음 날 사무실로 찾아온 경찰들에 의해 사고가 바로 화인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며칠 후 화인의 병실을 찾은 시미는 사건 뒤에 숨은 비밀을 듣게 되고, 이후 기사로 알게 된 삼십대 여성 작곡가와 중소기업 대표의 운전기사 M 씨에게 일어난 사건들을 연결시키며 서로 인연 없는 사람들의 사건을 꿰어나가기 시작한다. 일부 사람들이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비밀을 공유하고 공모하는 것만 같다는 생각에 지루한 일상을 사는 시미는 공연히 가슴 뛰는 순간을 맞게 된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경향신문 2020년 3월 20일자 '책과 삶' - 한국일보 2020년 3월 20일자 '새책' - 한겨레 신문 2020년 3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