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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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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구름이 몽글몽글 피어오른 파란 하늘 아래 잘 익은 벼이삭처럼 노란 땅이 펼쳐져 있다. 땅에는 까만 점 세 개가 콕콕콕 박혀 있다. 누가 씨앗을 심었나 보다. 어치가 포르르 날아와 씨앗 한 알을 콕 쪼아 먹었다. 땅속 두더지가 한 알을 날름 삼켰다. 이제 한 알 남았다. 그 씨앗 한 알이 꼼질거리더니 싹이 텄다. 땅속으로 하얀 뿌리를 살그머니 내리고, 땅 위로 초록 잎을 쏘옥 내밀었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별이 반짝이는 동안 잎은 점점 무성해지고 뿌리는 점점 튼실해졌다.
씨앗은 쑥쑥쑥 자라서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무가 되었다. 이제 수확할 때가 되었다. 농부가 등장한다. 토끼들이 무를 뽑아 이고 간다. 어찌나 신이 났는지 입이 귀에 걸렸다. 영차영차 발맞춰가는 토끼들의 어깨 위에서 커다랗고 새하얗고 미끈한 무가, 초록빛 싱싱한 무청이 의젓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땅에는 커다란 구덩이 하나가 남았다. 이 짧고 유쾌한 이야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쓱 우리 마음속에 들어와 작은 기쁨과 안도감을 안겨준다. 깨알만한 씨앗은 햇볕을 담뿍 받고, 비를 흠뻑 맞고, 바람에 흔들리고, 별빛을 받으며 쑥쑥쑥 자라 모두를 배불리 먹인다. 이 그림책 속에서 세상은 넉넉하고 평화롭고 순리대로 돌아간다. 서로 다투지 않아도 모두가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다. 이 책은 어린 독자들에게 생명의 본질과 우리가 살아야 할 세상의 본모습을 보여준다.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참으로 너그럽고 평화롭고 활기찬 세상 말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8년 1월 12일자 '어린이.청소년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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