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호 괴테가 1786년 9월부터 1788년 6월까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독일의 지인들에게 보낸 서한과 일기, 메모와 보고를 손질하여 엮은 책. 한국 괴테학회를 창설한 박찬기 고려대 명예교수가 작업한 국내 최초의 완역본이다.
희곡 '괴츠 폰 베를리힝겐',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으로 문명을 날리던 스물일곱의 청년 작가 괴테. 바이마르 공국의 고문관으로 10년을 일한 그는 아무도 모르게 이탈리아로의 여행을 준비한다. 괴테는 베로나와 비첸차에서 접한 고대 건축물에 매료되었고, 베네치아의 아름다움에 반해 두 주 이상 머무른다. '세계의 수도' 로마와 나폴리, 시칠리아를 경유한 후, 다시 로마로 돌아와 일 년을 더 체류했다.
괴테는 이 기간 동안 익명의 여행자로 지냈다. 쾌적한 유람이 아닌, 예술가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목적 아래`홀로 경치를 즐기거나 사색, 그림 공부에 몰두한 것이다.
이탈리아에서의 체험은 잠들어있던 시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작품이 구상되었고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미완의 원고들이 결실을 맺었다. 그는 고전주의에 대해 새롭게 눈떴으며 작가로서의정체성 역시 되찾았다.
20개월의 여행을 마치고 바이마르로 돌아온 그는 독일 고전주의의 완성을 위해 실러와 손을 잡았고, 그리스 신화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파우스트> 집필을 서둘렀다. 기존 번역본에서 누락된 100여 편의 일기와 편지, 메모 등이 온전히 복원된 책.
이현우 (서평가,『로쟈의 인문학 서재』 저자) : 이탈리아 여행에서 찾은 위대한 것
최근작 :<파우스트와 빌헬름 마이스터연구> ,<수용미학> ,<독학 독일어 첫걸음 1> … 총 31종 (모두보기) 소개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을 거쳐 고려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한국 독어독문학회와 한국 괴테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독일문학사』 등을 썼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피게니에·스텔라』(공역) 등을 번역했다.
민음사
최근작 :<2025 인생일력> ,<비눗방울 퐁> ,<위키드 2> 등 총 2,124종
대표분야 :고전 1위 (브랜드 지수 6,282,524점), 일본소설 3위 (브랜드 지수 861,941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4위 (브랜드 지수 1,253,998점)
국내 최초 완역, 대문호 괴테가 쓰는 최고의 여행 문학
이 책은 괴테가 1786년 9월부터 1788년 6월까지 약 20개월 동안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독일의 지인들에게 보낸 서한과 일기, 메모와 보고를 손질하여 엮은 것이다. 본래 3부 구성으로 된 이 책은 1816년에 제1부가, 이듬해 10월에 제2부가 출간되었으며, 당시 제목은 “나의 삶으로부터, 제2편 1부와 2부”였다. 1829년(괴테 나이 80세) 제3부 ‘두 번째 로마 체류기’가 완성된 다음에야 비로소 『이탈리아 기행』이 완성되었다. 이번에 출간되는 한국어 판은 국내 괴테 연구의 선구자이자 한국 괴테학회를 창설한 박찬기 명예교수(고려대, 독문학)가 번역한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기존 번역본이 누락시킨 약 100여 편의 일기와 서한, 메모 등이 온전히 살아 있다. 원고 분량 또한 기존 번역본의 약 65만 자에서 120만 자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이 책은 대문호 괴테의 자아 성찰과 재탄생의 현장을 온전하고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새로운 작가 혼을 찾아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
희곡 「괴츠 폰 베를리힝겐」, 「프로메테우스」 등과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한창 문명을 얻어 가던 전도유망한 스물일곱의 청년 작가 괴테는 바이마르 공국의 고문관이 되었다. 그 후 공직에 오른 지 십 년의 세월 동안, 부와 사회적 지위를 획득했지만, 점점 경직된 공무 생활에 회의를 느끼면서 자신의 천직인 작가의 자리로 되돌아가고 싶은 갈망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서른일곱이 되던 1786년, 소년 시절부터 간직했던 남국을 향한 동경, 편협한 공직 생활이 가져온 권태, 예술가 정신을 되찾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 겹쳐 괴테는 아무도 모르게 이탈리아로의 비밀 여행을 계획하고, 1786년 9월 드디어 실행에 옮겼다. 휴양 차 머무르던 칼스바트(지금의 체크의 카를로비바리)에서 일행을 버리고 혼자 마차를 타거나 걸으면서 뮌헨과 브레너를 거쳐 트렌토에서 드디어 이탈리아로 접어들었다. 괴테는 베로나와 비첸차에서 접한 고대 건축물에 매료되었고, 베네치아의 아름다움에 반해 두 주 이상 머물렀다. 그렇게 천천히 자연과 예술을 즐기고 탐구하며 독일을 떠난 지 두 달 후 드디어 “세계의 수도” 로마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로마와 나폴리만을 둘러볼 계획이었지만, 나폴리로 내려간 김에 시칠리아를 경유하여 석 달이나 남부에 머물렀다. 그 후 로마로 다시 돌아와 본격적인 고전주의 예술 작품에 대한 탐구에 들어가 일 년을 더 체류했다. 괴테는 이 기간 동안 대부분 익명의 여행자로 지냈다. 이탈리아까지 알려져 있는 자신의 명성 때문에 그는 때때로 밀러, 테데스코, 피토레 등의 가명을 사용하며 완벽한 자유를 만끽했다. 귀중한 예술품을 감상하거나 고성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신분을 노출하고 고위 귀족과 어울려야 할 때도 있었지만, 홀로 경치를 즐기거나 사색, 그림 공부에 몰두하는 편을 선호했다. 쾌적한 유람이 아니라 예술가로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괴테의 열정과 신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자연과 인간, 예술에 대한 깊은 성찰
괴테가 이탈리아 여행에서 관심 깊게 살펴 본 것은 자연환경, 사회, 그리고 예술이었다. 자연과학에 조예가 깊던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에서도 식물학, 기상학, 지질학, 광물학, 동물학, 색채학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세심한 관찰 기록을 남겼다. 새로운 지방에 들를 때마다 토질과 기후 등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 그는 생명의 비밀을 탐구는 노력의 결실로서 ‘원형식물’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탄생시켰다. 이러한 자연 탐구는 후에 『색채론』과 『자연과학론』의 저술로 이어졌다. 인간 사회에 대한 관심 또한 각별했다. 여행지 어디에서나 가나 주민의 행동, 생활양식, 관습, 도시 환경 등에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지면서 낯선 풍속을 이해하고, 인간의 역사 저변의 정신을 통찰하려 했다. 이는 베네치아의 운하와 도시 환경에 대한 서술, 로마의 사육제에 대한 묘사 등에서 잘 나타나며 당시의 풍속을 엿볼 수 있는 민속지적인 가치를 지닌다. 이를 통해 괴테는 인간이 자연사의 일부로서 공동체적 존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와 함께 그는 미켈란젤로나 라파엘로 등 옛 거장들의 예술 작품 감상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서적이나 복제품 수집에도 열심이었으며 중간 중간 동행했던 화가 친구에게서 그림 수업도 쌓았다. 그는 새로운 예술 체험을 통해 현실과 예술 작품에 대한 심미안을 훈련시키고,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과 산교육을 해가면서 괴테는 예술이 인간이 만든 최고의 것이자 정신 수양에 필수적인 존재임을 깨달았다. 가장 높은 단계의 예술은 내적인 진실과 필연성이 지배하는 곳에서 실현된다는 확신을 얻으면서 새로운 작품 집필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다.
고전주의에 눈뜬 제2의 개안
이탈리아에서의 생생한 체험은 괴테에게 잠들어 있던 시심(詩心)을 일깨웠다. 새로운 작품이 구상되었고,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미완의 원고들이 로마에서 결실을 맺었다. 기행문 곳곳에 나오는 이전 작품에 대한 반성, 앞으로 쓸 작품에 대한 구상, 틈틈이 접한 서적들에 대한 감상 등은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작가로서의 역할을 다하려고 했는지 잘 보여 준다. 희곡 「이피게이네」가 운문 형식으로 개작되었고, 「에그몬트」와 「벨라 별장의 클라우디네」가 완성되었으며, 대작 『타소』와 『파우스트』의 또한 이 시기에 괴테의 머릿속에서 점점 결실을 맺고 있었다. 이탈리아 체류가 괴테의 삶과 문학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지인들의 도움으로 괴테는 미술을 공부하고 고대 로마의 유산을 답사하면서 사물에 대한 통찰력을 가다듬고 작가로서 정체성을 되찾았다. 동시에 그는 고전주의에 대해 새롭게 눈뜨게 되었다. 젊은 시절 추구했던 ‘질풍노도’ 경향의 조야함을 극복하고 ‘조용한 위대성과 고귀한 단순성’(빙켈만)을 깨달았던 것이다. 규범과 조화를 중시하는 이탈리아의 고전주의는 괴테 작품 세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20개월의 대장정을 마치고 바이마르로 다시 돌아온 그는 독일 고전주의의 완성을 위해 프리드리히 실러와 손을 잡았고, 그리스 신화에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오랫동안 구상한 『파우스트』 집필도 서둘렀다. 아울러 수많은 희곡과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친화력』 등의 걸작들이 탄생했다.
원문에 충실한 완역
이 책의 번역은 한국 괴테학회를 창설한 박찬기 명예교수(고려대, 독문학)가 맡아 국내 최초 완역본을 선보인다. 기존 번역본에서 누락된 약 100여 편의 일기와 서한, 메모 등이 온전히 살아 대문호 괴테의 자아 성찰과 재탄생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분량으로도 기존 번역의 약 두 배에 달하며, 여행길에서 만난 새로운 풍속과 유적지에 대한 묘사, 기후와 지질 등 자연 환경에 대한 분석 등의 상세한 내용이 빠짐없이 담겨 있다. 민음사에서 발간하는 괴테 문학은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파우스트』, 『이피게니에, 스텔라』, 『친화력』, 『색채론, 자연과학론』과 이 책의 뒤를 문학적 자서전 『시와 진실』, 희곡집, 시집, 조수 에커만이 쓴 『괴테와의 대화』 등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