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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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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면 흔히 일본을 떠올리게 되지만, 역사의 궤도와 그로 인해 민중이 겪은 고초를 이야기할 때 한국과 더 흡사한 나라는 타이완이다. 원주민들이 살았던 시절에는 청나라에 반란을 일으킨 명나라 장수 정성공 일파에 의해 점령당했고, 근대에 들어서는 50년간 일본에게 식민 통치를 당했다. 일본이 물러간 이후엔 국공내전에서 패한 장제스의 국민당 세력이 타이완을 점거했고, 이들은 반국민당 운동을 벌인 시민 28,000여 명을 학살했다(이 ‘2·28 사건’의 과정은 타이완의 영화감독 허우샤오시엔의 걸작 영화 <비정성시>에 잘 묘사돼 있다).

장제스 일가와 국민당의 일당 독재는 무려 1987년까지의 기나긴 계엄령 속에 이어지다가 민진당이 탄생하면서 막을 내렸는데, 이때까지도 타이완에서는 갖가지 이유로 백색 테러가 자행되어 많은 사람이 실종되거나 투옥되었다.

『귀신들의 땅』은 천씨 집안의 내력을 좇으며 이 같은 타이완의 슬픈 역사적 배경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작가 천쓰홍은 소설 속 톈홍과 흡사한 환경 속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농가의 아홉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게이로 살아가면서 타이완 정부가 동성애를 비롯한 갖가지 구실로 많은 사람을 탄압하고 체포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소설 속에서 ‘밍르’ 서점의 두 주인과 또 다른 인물이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을 드러낸다. 주인공 톈훙과 그의 독일인 연인 T의 사랑은 신나치가 설치는 독일을 배경으로 비극적으로 전개된다. 오늘날의 타이완 문학계에서는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지(同志) 문학’이라는 말이 존재할 정도로 많은 성소수자 작가들이 활약하며 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데, 작가 천쓰홍 역시 이들 중 하나다.

: 어떤 때는 포크너가, 또 어떤 때는 디킨스와 포가 떠오르는 강렬한 개성을 지닌 이 소설은 그야말로 귀신 들린 듯한 엄청난 흡입력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고, 수많은 등장인물의 내면을 통과하며 퍼즐을 맞춰가듯 전개되는 빼어난 이야기 구조가 귀기 어린 세계와 만나 기묘한 충돌을 일으키는데, 이는 오직 소설만이 전할 수 있는 방식이자, 이 소설이 가진 뛰어난 미덕이다.
이야기 속에서 여성과 퀴어, 사회주의자 등으로 표상되는 저 귀신들은 역사의 상흔과 사회적 억압이 만들어 낸 것이지만, 그들과 얽힌 다른 이들 또한 결국 귀신과 같은 존재일 따름이다. 천씨 집안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삶과 죽음, 폭력과 탈주, 사랑과 증오, 문명과 야만이 뒤엉켜 그려지는 이 거대한 귀신극을 읽는 동안, 우리는 우리 자신이 이미 귀신이며, 우리 곁에 있는 당신 또한 귀신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우리가 그 귀신들을 사랑하고 용서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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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쓰홍 (지은이)의 말
2018년 7월, 베를린에서 이 책을 쓰기 시작해 2019년 4월에 완성했다. 나는 끊임없이 용징의 기억을 파고 들어갔다. 줄곧 그곳에서 도망치고 싶었으나, 오히려 계속 그곳을 글로 쓰고 있었다. 다 쓰고 나면 울음이 터질 줄 알았는데 마지막 한 문장을 쓴 뒤, 울기 좋아하는 울보 귀신인 나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저 눈앞의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종잡을 수 없었다. 고개를 숙여 몸을 살폈다. 피부와 뼈와 살이 시야에서 천천히 흐려지더니 점차 투명해졌다.
내가 정말로 귀신으로 변할까 두려워서 얼른 원고를 편집자에게 보낸 다음, 침대에 올라가서 잤다.

아주 편안하게 잘 잤다.
이런 시각이면 귀신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용징이 슬그머니 베를린의 내 방으로 들어와 내 옆에 함께 누웠다. _천쓰홍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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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분야 :고전 1위 (브랜드 지수 6,200,741점), 일본소설 3위 (브랜드 지수 850,448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4위 (브랜드 지수 1,237,751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