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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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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희곡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이라크계 유대인, 전란을 피해 모국을 떠나온 이민자 등 다채로운 이력을 지닌 서맨사 엘리스의 <여주인공이 되는 법>.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서른일곱 인생을 회고하며, 이제껏 자기와 동고동락해 온 고전 속 여주인공들의 삶과 사랑, 좌절과 성공을 되짚어 본다.
그런 와중에 처음 말을 배우기 시작한 유년 시절부터 반항심으로 불타오르던 사춘기를 경유해, 첫사랑의 속앓이와 힘겨웠던 사회생활, 작가로서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동안 독서해 온 책 속의 여주인공들이 늘 자신 곁에 함께해 왔음을 깨닫는다. 그런데 저자는 '여성'으로서 서른일곱 해를 살아오며 지금껏 만나 온 여주인공들이 (수적으로나 역할 면에서나) 극히 제한돼 있고, 때로는 올바르지 못한 데다 약간은 부적당한 롤 모델을 제시해 왔음을 알아채고 놀란다. 세상의 절반이 여자인데도 여성 스스로 우러러보고, 하다못해 참고할 만한 여주인공의 수는 매우 적다. 서맨사 엘리스는 일종의 투쟁으로서 고전을 다시 읽으며, 그 속의 여주인공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쟁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여주인공이 되는 법>은 수십억 여성들의 존재만큼 다양한 여주인공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바로 당신이 이미 주인공이라고 말이다.
: “영혼을 위로하고, 우리 가슴을 따뜻하게 해 준다.” : “유쾌하고 명쾌하다.” : “솔직하게,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 “저자가 독서를 통해 용기 있게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은 독자에게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일러 준다.” : 내 인생 첫 비극의 주인공 인어 공주부터 사춘기를 함께 앓은 빨간 머리 앤, 『오만과 편견』의 리지, 『폭풍의 언덕』의 캐시, 어른이 되어 다시 매혹된 스칼릿과 셰에라자드…… 설렜고 동경했고 때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끝내 사랑했던 그녀들을 다시 만나는, 그러니까 이것은 너무나 꿈같은 책 읽기였다. 책장을 덮는 순간 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주인공이 된다! : 책을 읽는 여자들은 한때 위험하거나 신기한 존재, ‘인기 없는’ 낙오자의 아이콘처럼 여겨졌다. 모르는 소리. 소설 속 여주인공의 삶을 따라가는 독서는 여성 독자인 나의 삶을 돌이켜보거나 혹은 적극적으로 미래를 예언하는 행위로 이어진다. 여성들의 정서적 연약함의 증거처럼 여겨졌던 ‘감정 이입’ 능력은, 타인뿐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이해로 확장되는 재능이 된다. 독자는 그렇게 성장한다. 『여주인공이 되는 법』은 책벌레였던, 혹은 책벌레인 여성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책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2018년 5월 4일자 '한줄읽기' - 한겨레 신문 2018년 5월 4일자 '출판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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