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출간됐던 문정희 시집 <나는 문이다>가 2016년 민음사에서 새로 복간되었다. <나는 문이다>는 영어, 스페인어로 번역되었으며 2016년 지금도 쿠바 등 세계 각지의 언어로 번역 작업 중에 있다. 이 시집에서는 문정희 시인 특유의 생명 의식을 곳곳에서 번뜩인다. 동시에 매순간 최대치로 존재하며 또한 최대한으로 질문하는 시인의 시적 태도가 오롯이 담겨 있는 시집이기도 하다.
시집에서 보이는 열렬한 사랑의 추구와 갈망은 '나는 문이다'라는 명제와 잘 들어맞는다. 반대로 스스로에 대한 냉철한 시선과 언명은 '문이 아니다'라는 부정문과 아귀가 맞다. "응"이라는 언어로 사랑의 체위를 갈구하나, 자신이 살았던 공간인 압구정을 향해서는 '도둑촌'이라 칭하며 멸시한다. 이처럼 문정희는 하나의 몸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한의 보폭을 시인을 보여 주며, 그 보폭을 널찍하고 동시에 까다로운 시적 언어의 영역 안에서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