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문학을, 데뷔작에서부터 말년의 대표작, 엄선해 엮은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준비한, 전체 열 권 규모의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 일곱 번째 권 <슌킨 이야기>는 작가가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천착해 온 일본 고전 미학의 정수를 구현한 작품이자 다니자키의 문학적 전회, 즉 일본 전통 문화에의 관심을 종합하는 대표작이다.
이야기의 구조 면에서도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행갈이와 문장 부호, 심지어 구두점마저 생략한, 이를테면 도발적일 만큼 대담한 문체 실험을 시도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니자키 문학의 핵심 주제라 할 수 있는 여성 숭배, 마조히즘, 발 페티시즘은 초지일관 중요하게 다뤄진다.
첫문장
슌킨(春?), 본명은 모즈야 고토(???).
오사카 도쇼마치(道?>)의 약재상 집안에서 태어나 메이지(明?) 19년(1886) 10월 14일에 생을 마감하였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2018년 8월 6일자
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18년 8월 9일자
문화일보 -
문화일보 2018년 8월 8일자
최근작 :<안녕, 나의 그대> ,<[큰글자책] 그늘에 대하여> ,<슌킨 이야기> … 총 214종 (모두보기) 소개 :1886년 도쿄 니혼바시에서 태어났다. 제일 고등학교를 거쳐 도쿄 제국 대학 국문과에 입학하였으나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퇴학당했다. 1910년 『신사조(新思潮)』를 재창간하여 「문신」, 「기린」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했고, 소설가 나가이 가후로부터 격찬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립했다. 1915년 열 살 어린 이시카와 치요코와 결혼했는데, 시인인 친구 사토 하루오가 그의 부인과 사랑에 빠지자 아내를 양도하겠다는 합의문을 써 『아사히신문』에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문화 예술 운동에도 관심을 가진 그는 시나리오를 써 영화화하고 희곡 『오쿠니와 고헤이』를 발표한 뒤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1924년 『치인의 사랑』을 신문에 연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검열로 중단되었다.
1942년 그는 세 번째 부인이자 그가 희구하던 여성인 마쓰코와 그 자매들을 모델로 『세설』을 쓰기 시작했다. 간사이 문화에 대한 애정이 짙게 배어 있는 『세설』은 몰락한 오사카 상류 계츨의 네 자매 이야기, 특히 셋째인 유키코의 혼담을 중심으로 당시의 풍속을 잔잔하게 전하는 풍속 소설이다. 1943년 『중앙공론』 신년호와 4월호에 게재되었고 7월호에도 실릴 예정이었으나 <시국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발표가 금지되어 전후에야 비로소 작품 전체가 발표되었다. 훗날 마이니치 출판문화상과 아사히 문화상을 받았다. 1948년에는 제8회 문화 훈장을 받았고 1941년 일본 예술원 회원, 1964년 일본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문학예술 아카데미의 명예 회원에 뽑혔다. 1958년 펄 벅에 의해 노벨 문학상 후보로 추천된 이래 매년 후보에 올랐으며 1965년에 8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 밖의 대표작으로는 『치인의 사랑』, 『만』, 『킨쇼』, 『열쇠』, 『장님 이야기』, 『미친 노인의 일기』 등이 있고, 무라사키 시키부의 『겐지 이야기』를 현대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민음사
최근작 :<2025 인생일력> ,<비눗방울 퐁> ,<위키드 2> 등 총 2,124종
대표분야 :고전 1위 (브랜드 지수 6,282,524점), 일본소설 3위 (브랜드 지수 861,941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4위 (브랜드 지수 1,253,998점)
문고 속 또 하나의 우주,
쏜살 문고로 만나는 대문호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문학 세계
“뻔뻔하고 대담한 작가. 만약 그가 좀 더 살았더라면 분명 노벨 문학상을 탔을 것이다.” 가라타니 고진(사상가, 비평가)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없는 일본 문학은 꽃이 없는 정원일 뿐이다.”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문학 연구가, 번역가)
“그저 탄식할 뿐! 다니자키의 작품은 더할 나위 없는 걸작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소설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
“다니자키는 천재다!” 미시마 유키오(소설가)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국민 작가’라 할 만하다. 나는 그처럼 문장력이 뛰어난 작가를 사랑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소설가)
2016년 여름, ‘쏜살 문고’의 첫 권이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서른세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이 년여의 시간 동안, 소규모 오프라인 서점과 출판사의 상생을 도모한 ‘쏜살 문고×동네 서점 프로젝트’(2017~2018), 책의 물성을 실험한 ‘쏜살 문고 워터프루프북’(2018)에 이르기까지 문고판 도서의 활성화뿐 아니라 다방면에서 참신한 도전을 이어 왔다. 올 2018년에는 ‘문고 속의 문고’를 기치로 하여, 지금껏 좀처럼 시도된 바 없는 ‘문고판 작가 선집’을 착실히 꾸려 세상에 선보인다.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필두로, 미시마 유키오, 가라타니 고진 등 일본 문학의 주요 인사들이 앞다투어 상찬한 작가이자 단 한 사람의 작품 세계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한 문체와 주제, 형식을 넘나들며 현대 문학의 지평을 확장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문학을, 데뷔작에서부터 말년의 대표작, 엄선해 엮은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준비한, 전체 열 권 규모의 ‘작가 선집’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 그리고 세계적 규모의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비하면 다소 생소한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니자키는 “좀 더 살았더라면 분명 노벨 문학상을 탔으리라.”라는 세간의 평가대로, 당대 가장 널리 알려진 일본 작가였을 뿐 아니라, 실제로 노벨 문학상 후보에 여섯 차례 넘게 지명되는 등 비평 면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이룩한 문학가였다. 이러한 대외적 평가 말고도,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여러모로 주목해 볼 만한 작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천재’라 불리며, 다방면(중학생 시절에 쓴 비평문으로 벌써 이름을 널리 알렸으며, 문학뿐 아니라 다양한 과목에 두각을 드러냈다고 한다.)에 재능을 보였다. 특히나 언어 감각이 탁월했던 다니자키는 거미가 긴긴 실을 자아내듯 극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야기를 써내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의 천부적인 문재(文才)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한층 정려(精麗)해져, 한어와 아어(雅語, 일본 고전 문학에 쓰인 고급한 언어), 시의성 있는 속어와 다양한 방언에 이르기까지 한 작품을 쓰면서도 마치 여러 작가가 머리를 맞댄 것처럼 거침없이 넘나들었다. 그뿐 아니라, 주제 면에서도 수천 가지 빛깔로 분광하는 스펙트럼처럼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 줬다. 한평생 에로티시즘, 마조히즘, 페티시즘과 같은 자신의 주요 관심사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역사 소설, 풍자 소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 일본 고전 설화, 낭만적인 로맨스와 메타 소설을 연상하게 하는 파격적인 형식까지 시도하며 놀랍도록 변화무쌍한 행보를 이어 나갔다.
쏜살 문고_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 작품 목록
소년 다니자키 준이치로 | 박연정 외 옮김
금빛 죽음 다니자키 준이치로 | 양윤옥 옮김
치인의 사랑 다니자키 준이치로 | 김춘미 옮김
여뀌 먹는 벌레(근간, 2018년 12월 출간) 다니자키 준이치로 | 임다함 옮김
요시노 구즈 다니자키 준이치로 | 엄인경 옮김
무주공 비화(근간, 2018년 12월 출간) 다니자키 준이치로 | 류정훈 옮김
슌킨 이야기 다니자키 준이치로 | 박연정 외 옮김
열쇠 다니자키 준이치로 | 김효순 옮김
미친 노인의 일기 다니자키 준이치로 | 김효순 옮김
음예 예찬(근간, 2018년 12월 출간) 다니자키 준이치로 | 김보경 옮김
이번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은, 육십여 년에 이르는 문학 역정 내내 경이로운 우주를 펼쳐 보이며 왕성하게 활동한 대작가의 작품 세계를 일대기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끔 열 권의 책을 마련해 구성하였다. 다니자키의 전 작품을 예고하며 장차 싹틀 모든 맹아를 품은 데뷔작 「문신」(『소년』에 수록)부터 초기 대표작 『치인의 사랑』,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여뀌 먹는 벌레』(근간), 『요시노 구즈』, 그리고 후기를 대표하는 작품이자 틴토 브라스 등 해외 거장들의 격찬을 받은 에로티시즘 문학의 절정 『열쇠』, 작가의 고유한 미학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에세이집 『음예 예찬』(근간)에 이르기까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문학을 한눈에 음미할 수 있다. 한편 정교하고 우아한 문체 탓에 번역하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다니자키의 작품은,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명예 교수 김춘미 선생의 진두지휘 아래,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및 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진, 고단샤에서 수여하는 ‘노마 문예 번역상’에 빛나는 양윤옥 선생까지 국내 최고의 번역가들이 모여 우리말로 옮겼다. 더불어 책의 표지는 이빈소연 일러스트레이터가 총책을 맡아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치명적이고 농염한 문학 세계를 독특하고 섬세한 이미지로 풀어냈다. 해당 ‘선집’ 열 권의 표지를 한데 모으면 한 폭의 병풍 그림이 되는 것 또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본문은 새로 출시될 산돌정체로 디자인하여, 그야말로 읽고 보고 모으는 재미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도록 했다.
미증유의 문학 세계를 개척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나라 독서계의 폭과 깊이가 진일보하기를 바라 본다.
슌킨 이야기
얄궂은 인연으로 얽힌 스승과 제자는, 저녁 안개 속에 수없이 많은 빌딩이 높이 솟은 동양 제일의 공업 도시를 내려다보며 영원히 이곳에 잠들어 있다. 현재의 오사카는 사스케가 살던 지난날의 모습이라고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변해 버렸다. 하지만 이 두 묘비만은 지금도 여전히 깊은 사제의 인연을 전해 주는 듯했다.
두 비석은 낮은 돌 제단 위에 나란히 있었는데, 흡사 주인을 황송하게 받들어 모시는 것처럼 보이는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생전에 사스케가 충실하게 스승 슌킨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수행했던 때를 그리워하며 묘비 속에 영혼으로 남아 지금도 여전히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본문에서
■ 편집자의 말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의 일곱 번째 권은 『슌킨 이야기』다. 발표 당시, 이 작품을 마주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그저 탄식할 뿐, 더할 나위 없는 걸작”이라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문학가 마사무네 하쿠초 또한 “인간의 솜씨라고는 믿기지 않는 작품”이라 감탄하였다. 역시나 이 소설은 작가가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천착해 온 일본 고전 미학의 정수를 구현한 작품이자 다니자키의 문학적 전회, 즉 일본 전통 문화에의 관심을 종합하는 대표작이다. 이야기의 구조 면에서도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행갈이와 문장 부호, 심지어 구두점마저 생략한, 이를테면 도발적일 만큼 대담한 문체 실험을 시도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니자키 문학의 핵심 주제라 할 수 있는 여성 숭배, 마조히즘, 발 페티시즘은 초지일관 중요하게 다뤄진다.
『슌킨 이야기』(1933)는 소설의 화자가 모즈야 고토, 즉 ‘슌킨’이라 불리는 칠현금과 샤미센의 명인을 탐색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화자는 슌킨의 묘소를 참배하며 그 옆에 자리한 사스케라는 인물의 묘지도 함께 둘러본다. 사스케는 화자로 하여금 슌킨의 존재를 조사하게끔 이끈 『모즈야 슌킨전』, 즉 슌킨의 일생을 기록한 책의 저자로 슌킨과는 (실질적인) 부부이자 (명목상) 사제 관계로 지내며 한평생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기이한 남성이다. 『슌킨전』은 천부적인 예술적 재능을 타고난 슌킨이 무슨 까닭으로 맹인이 되고, 어찌하여 최고의 예술가가 되었으며, 말년에 어떤 변을 겪었는지를 소상히 기록한다. 이처럼 『슌킨 이야기』는 슌킨을 마치 신처럼 떠받들며 오로지 그녀를 위해 기꺼이 일생을 바친 사스케의 증언과 화자의 추측만이 격자무늬처럼 교차할 뿐 어떠한 내면도, 심상도 묘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고요한 호수처럼 잠잠하게 가라앉은 이야기 속에, 슌킨과 사스케의 기묘한 관계가 절절한 사랑의 향취를 풍기며 깊디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은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다. 다니자키의 우주 속에서 절정의 순애보를 차지하는 소설이자, “일본 근대 소설 중 열 작품을 꼽으라 하면 반드시 들어가야 할 걸작”(나카무라 미쓰오)이라 평가받는 불세출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