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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본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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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에는 한해 동안 1만건이 넘는 진정이 접수된다(2021년 기준). 인권위에 소속된 조사관은 진정인이 접수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직접 조사하는 일을 담당한다. 조사관들은 피해를 입고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한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매해 수십수백건의 사건을 파헤친다. 2002년부터 인권의 최전선에서 인권위 조사관으로 일해온 저자 최은숙 역시 무수한 사건을 담당하며 결과 보고서에는 차마 다 쓰기 어려운 억울한 마음들을 마주해야 했다. 『어떤 호소의 말들: 인권위 조사관이 만난 사건 너머의 이야기』에는 이처럼 저자가 20여년간 조사관으로 일하며 만난 피해자들과 그 사연을 바라보는 다정한 마음을 담았다.
저자 최은숙은 글을 읽고 쓸 줄 몰라 간단한 민원도 제출하기 어려운 노인, 말이 통하지 않아 정신병원에 감금된 이주 노동자, 관행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참고 견디는 운동선수,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인권위를 찾았지만 끝내 세상을 등진 이까지, 재판 결과나 뉴스 기사만으로는 알 수 없는 개개인의 속사정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법률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돌아보는 한편 조사관 개인으로서 느끼는 한계 역시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저자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인권위 조사관의 일이라면 사실 너머에 존재하는 삶의 다양한 무늬를 헤아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권의 마음이라고 이야기한다. 소수와 약자를 향한 저자의 용감하고 솔직한 목소리가 독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 것이다. : 이 책은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간절한 이들의 사연과 지푸라기라도 손에 쥐여주려는 인권위 조사관들의 사연을 겹치며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각도에서 인권의 무늬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끝내 쥐이지 못한 지푸라기는 돌덩이로 변해 마음을 짓누르지만, 이를 외면하지 않고 고스란히 품고 살며 ‘호소하는 마음’을 지켜내는 벽을 쌓는 데 써야겠다고 굳세게 다짐케 하는 책이다. 자책과 무력감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도 냉소보다는 희망의 시선을 보내준 최은숙에게 너무나 고맙다. 그동안 추천사에 써본 적 없는 단어이지만 이 책에만큼은 감히 ‘필독서’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 한 피해자가 자신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 저자에게 장갑을 선물하며 말했다. “조사관님의 손이 계속 따뜻했으면 좋겠어요. 저에게 손 내밀어주셨을 때처럼요.” 최은숙은 피해자들의 호소에 귀 기울이는 조사관들의 손이 계속 따뜻하기 위해서는 조사관들의 시선에 평범한 우리의 시선이 함께 포개져야 한다고 말한다. 결코 목청을 높이지 않은 조금은 슬프고, 따뜻한 목소리로. 다수가 아닌 소수, 강자가 아닌 약자를 향한 그 목소리가 앞으로도 계속 들릴 것 같다. 누군가의 억울함을 푸는 일은 법과 제도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 목소리를 듣는 더 많은 귀가 필요하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22년 7월 15일 출판 새 책 - 한국일보 2022년 7월 15일자 '새책' - 경향신문 2022년 7월 15일자 '책과 삶' - 세계일보 2022년 7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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