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소설가, 『보건교사 안은영』, 『시선으로부터,』) : 이것은 부재하는 것들에 대한 책이다. 부재하는 것들은, 언젠가 있다가 사라진 것이기도 하고, 애초에 없었던 것이기도 하다. 책을 펼치자마자 그처럼 결이 다른 공동(空洞)들을 어떻게 감각하고 있는지 묻는 기묘한 질문이 이어진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망설이며 읽다보면 부재하는 것들이 사실 비어 있는 방식으로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걸,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침범해오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편편이 아름다운 그림자극에 가깝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소현은 소설과 현실, 삶과 죽음 사이에 드리워진 반투명한 장막에 어른거리는 존재들을 놀라운 솜씨로 다룬다. 한껏 현혹되어도 좋다. 그렇지만 위로 같은 것은 끝내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작가는 어정쩡한 위로나 되다 만 공감 같은 것은 일절 할 생각이 없다. 다 읽고 나면 남는 것은 예민하게 깨어난 감각수용체 아닐까. 주변을 둘러싼 세계를 한 부분도 얼버무리거나 뭉개지 못하고, 괴로울 정도로 정확하게 느끼게 될 것을 각오하고 읽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하는 작가가, 어쩌면 그렇게 매끄러운 문장으로 까끌까끌한 것들에 대해서만 쓰는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