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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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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꾸준하고 성실하게 작품활동을 이어온 김금희의 첫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이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5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차분히 가다듬어온 열편의 소설이 묶였다.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공간을 찾아나가는 우리 시대 젊은 세대의 초상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가운데, 주변을 돌아보는 속 깊고 섬세한 시선이 풍성한 이야기의 결 안에서 따뜻하게 빛난다. 김금희의 소설은 어느덧 우리 시대의 보편이 되어버린 막막한 현실을 정직하게 응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개인의 삶을 짓누르는 현실의 무게야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김금희의 소설이 돋보이는 점은 자신이 처한 곤경에 유난 떨지 않고 손쉽게 환상에 기대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어정쩡하게 타협하지도 않는 차분한 균형감각이다. 차이니스 위스퍼 / 우리 집에 왜 왔니 / 장글숲을 헤쳐서 가면 / 릴리 / 사북(舍北) / 해설_정홍수 / 작가의 말
: 제2의 도시에서 태어나 제4의 도시에서 성장한 작가 김금희에게 도시는 태생적이다. 그럼에도 모더니즘으로 미끄러지지 않는다. 아마도 서울의 주변부 인천, 다시 그 변두리에 둥지를 튼 각별한 각도가 김금희 문학을 도도한 인공서사의 홍수에 빠지지 않게 하는 ‘장소의 혼’이요, 모더니즘과 접경한 리얼리즘이라는 제3지대로 미는 원천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소설에서 아버지는 추락한다. 한 시대의 종언을 표상하는 이 상징적 화소는 공적 삶과 사적 삶의 분리가 결정적으로 되는 시기, 다시 말하면 생산에서 소비가 중심이 되는 사회로 꺾어지는 그 접속기를 날카롭게 반영한바, 작가는 아버지 이후 자식들을 엄습한 위기를 정확하고 치밀하게 기록한다. 타협으로 미봉하거나 또는 마술로 날아가는 길로의 유혹을 거절하며 ‘움직이는 비애’의 눈으로 새 세대의 모험을 연민하는 그녀의 소설은 슬그머니, 우리 시대 젊은이의 집합적 초상이라는 보편서사로 이동하는 것이다. 첫 소설집을 내는 김금희의 문학이 식물처럼 성장하여 마침내 도시 너머가 붐히 밝아오는 그런 지경으로 진화하기를, 그리고 그 도정에서 해학조차 반짝인다면 금상첨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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