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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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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설집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발표한 단편을 묶었다. 세번째 소설집 『저녁의 구애』(2011)에서 사회의 부조리를 폭로함과 더불어 현대인의 일반적인 불안과 고독을 이야기하며 그 어둠의 내막을 드러냈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른 양상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1권) 야행(夜行) / 밤의 마침 / 해물 1킬로그램 / 비밀의 호의 : 인간의 사소한 감정들을 무턱대고 분출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의 작은 기미들을 포착하는 정확한 능력에 있어서라면, 그리고 그 사소한 기미들이 세계의 거대한 비밀을 건드리는 데까지 나아가도록 이끄는 과감한 솜씨에 대해서라면 편혜영은 시작부터 고수였다. 그녀의 서늘하면서도 섬세한 손길은 이제 인간 개개인의 내밀한 비밀의 세계를 만져보는 데까지 뻗어 있다. 그런 그녀가 보여주는 아침의 기운을, 희미한 삶의 기미를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 ‘밤이 지나간다.’ 이 문장은 명백히 현재형의 문장이다. ‘지나간다’라는 말 안에 이미 과거를 품음으로써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묘한 현재형의 문장이다. 『밤이 지나간다』라는 매혹적인 소설집을 손에 쥔 우리는 현재형으로 지속되는 밤의 기운과 더불어, 곧 맞이할 아침의 기운까지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밤과 아침의 사이 어디쯤에서 나만의 비밀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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