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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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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포착해온 소설가이자 <사람 풍경>, <천 개의 공감>, <만 가지 행동> 등의 책을 펴낸 심리 에세이스트 김형경 작가가 이번엔 남자의 심리를 들여다보며, 남녀 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위한 조언을 건넨다.
남자와 여자는 가족, 친구, 연인, 동료, 아는 사람, 그냥 지나가는 사람 등 여러 형태와 방식으로 늘 옆에 있고 함께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불가분의 관계지만, 우리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서로를 탓하고 답답해하며 복잡한 마음을 품고 살아간다. 김형경은 우리가 느끼는 이런 불편한 감정들은 잘못된 것이 아니며, 먼저 너그러운 마음으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이해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남녀가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외롭고 심심하고 속상한 남자와 여자들에게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울컥하기도 하고 뜨끔하기도 하면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신화나 소설에서 만나는 남자들, 일상에서 흔하게 맞닥뜨리는 남자들의 내밀하면서도 찌질하고, 슬프고도 아픈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한 외로운 인간의 모습을 만나고 그를 위로하게 된다. 1부 남자의 관계 맺기 : 남자는 누구인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자의식이 강한 여성들이 끊임없이 제기해온 질문이지만 남자들에게는 의외로 낯선 질문이다. 한국 사회는 강력한 남성중심의 사회, 남성의 성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어느덧 여성이 유력한 경쟁자로 등장한 탓이다. 이제 여자와 비교되는 ‘남자’에 대한 탐구는 남녀 모두에게 전공 필수의 과제가 됐다. 이런 사회변동의 변곡점에서 나온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는 남녀가 경쟁하며 살아가는 오늘을 공존의 시대로 만들기 위한 일종의 경전이다. 그는 일상의 평범한 시선으로는 끝내 도달할 수 없는 심리적 극한 지점을 여지없이 포착해 사정없이 해부하고, 뒤흔들어 댄다. 우리가 일상에서 조우하는 남자들, 신화와 소설에서 만나는 남자들의 은밀하면서 슬프고, 아픈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남자들은 왜 첫 사랑을 잊지 못할까. 왜 중요한 순간에 여자를 버리고 도망갈까. 왜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까. 왜 자동차의 작은 흠집에도 그토록 흥분할까. 왜 여자의 성공을 두려워할까. 왜 여자와 친구가 될 수 없을까. 저자는 남자로도 살아보고 여자로도 살아봤던 그리스 신화 속 테이레시아스처럼 자유롭게 남녀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속 시원하게 의문을 풀어주고 있다. 가령 “남자에게 경쟁은 삶의 기본 속성이며, 유희이며 일종의 의식이다”라거나 “남자들이 그토록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는 것은 유아기에 받은 애정의 양과 관련이 있다”라는 대목에 이르면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한결같이 남자의 외로움에 대한 다양한 변주인데, 결국은 위로의 에세이로 읽혀진다. 여자뿐 아니라 남자 스스로도 몰랐던 남자 이야기를 통해 남녀가 온전히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3년 12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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