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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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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감각으로 사랑받는 창비의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여섯번째 작품이다. 왜 타인을 헤아리고 받아들이는 일은 언제나 낯설고 어렵기만 한지, 이제는 함께할 수 없는 인연과 슬픔도 후회도 없이 작별할 수 있는지, 실패한 이해와 닿지 못한 진심은 어떻게 의미 없이 사라지지 않고 희미하게나마 빛나는 기억으로 남게 되는지 한층 깊어진 응시와 서정으로 풀어냈다.
부모의 재혼으로 잠시 형제로 지냈지만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영영 남이 되어버린 기하와 재하. 두 사람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들려주는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되며 이어지는 이 소설은 뜻대로 되지 않는 관계와 좀처럼 따라주지 않는 마음을 경험한 모두에게 따스하면서도 묵직한 위로로 다가선다. 아울러 “정확하면서 예민하고, 명확하면서 깊고, 단정하면서 힘이 센”(윤성희, 추천사) 성해나의 문장은 한국문학 독자라면 누구나 기꺼이 반길 만하다. 기하
: 대부분의 소설 속 인물들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뒤늦게 묻는다. 마음에 커다란 틈이 생긴 뒤에야. 혹은 틈이 너무 벌어져 무너진 뒤에야. 그러면서 틈이 생기기 이전, 아주 가느다란 실금이어서 거의 보이지도 않던 그 순간을 찾기 위해 애를 쓴다. 좋은 소설은 여기에서 결정된다. 뒤돌아보는 자의 시선, 뒤돌아보는 자의 태도, 뒤돌아보는 자의 윤리. 성해나는 제대로 뒤돌아볼 줄 아는 작가이다. 손쉽게 단정하지 않고 함부로 이해하지 않는다.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질문을 곱씹고 곱씹는다. 작가의 사려 깊은 시선은 문장 곳곳에 스며든다. “아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기분”의 찰나를 문장으로 건져 올린다. 성해나의 문장은 정확하면서 예민하고, 명확하면서 깊고, 단정하면서 힘이 세다. 책을 읽다보면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천천히 스며든다. 그래, 이게 읽는 맛이지. 혼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동아일보 2023년 3월 18일자 '새로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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