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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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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2009년 출간 이후 멕시코 프랑스 태국 등 9개국에 번역 수출되며 꾸준히 사랑받은 작품으로, 가족에게서 도망친 한 소년이 우연히 몸을 피한 기묘한 빵집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마법 같은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시대에 맞게 바뀐 표현, 새롭게 정제되고 더해진 문장, 반지수 작가의 유려한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이번 개정판에선 50만 독자를 사로잡은 달콤쌉쌀한 판타지가 다시 한번 빛난다.
프롤로그 : 아기자기한 이야기 속 미장센에 매혹되어 따라가다 보면 다소 불편한 비극들을 만난다. 그것들은 상처라고 내세우기 힘든, 내 안에 켜켜이 쌓인 작은 비극들과 닮아 있어 서글프다. 그대로 빈틈없이 정교한 글을 따라 걷다 보면 가장 아프고 깊은 내면에 다다르고, 거기서 한참 울다 보면 제법 괜찮은 본연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내게 『위저드 베이커리』는 잔혹하고 차가운 얼굴을 한, 너무도 따뜻한 구원의 서사다. : 오래도록 사랑받는 것들에는 저마다의 맛이 있다. 이유를 막론하고 타인의 입에 물려 주고야 마는, 그 맛을 잊었다 싶을 때 한 번 더 먹어 보게 되는. 두 가지 중 ‘선택’을 하자면 『위저드 베이커리』는 생의 시절마다 맛보게 되는 이야기이고, 그때마다 그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감정들이 톡 쏘아 혀를 얼얼하게 만든다. 고등학생의 나는 배 선생이 무서웠고, 스무 살의 나는 소년이 안쓰러웠으며, 서른 살의 나는 선택에 책임을 져야만 하는, 그로 인해 어떤 선택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없는 모든 인물이 비참하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이처럼 여러 번 곱씹어 삼켜야 한다, 오래도록. 끝내 소화되지 못하더라도. : 청소년문학은 우리 곁에 이미 단단히 자리 잡았다. 이제 우리 청소년문학에도 ‘고전’이라 부를 만한 작품이 생겨날 때가 되었다. 『위저드 베이커리』야말로 그런 작품이다. 이 소설이, 십여 년이 지나 새 옷을 입고 세상에 다시 나오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거운 주제를 맛난 이야기로 구워 내는 마법과 같은 솜씨는, 청소년 독자의 입맛을 돋우고 영혼을 살찌우기에 충분하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구병모 월드’의 출발을 알린 작품이다. 훌륭한 작가는 작품들과 함께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 빵집 문을 열고 ‘구병모 월드’로 들어서는 순간, 누구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 이 책은 두 가지(혹은 세 가지) 질문을 한다. 하나,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당신, 숨을 곳이 있는가? 빵 냄새가 풍기는 따뜻한 화덕 같은 곳, 당신을 이끌어 줄 마법사 멘토와 당신을 따뜻하게 감싸 줄 파랑새 같은 소녀가 있는 곳이? 있다면 다행이다. 둘,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운 당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어느 시간으로? 조건이 있다. 당신은 모든 기억을 지우고 가야 한다. 그때 똑같은 선택을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같은 선택을 한다면 당신은 이미 겪은 끔찍한 고통을 다시 겪어야 한다. 조심하라! 이 책은 당신을 달콤한 빵 냄새로 유혹해 악몽처럼 섬뜩한 진실로 이끈다. (셋, 그래도 당신…… 이 책을 읽을 건가?) : 『위저드 베이커리』는 도망치고 싶은 현실의 덫에 걸린 사람들, 무모한 환상과 어두운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치명적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마법의 빵과 쿠키를 맛깔나게 우리 앞에 내놓는다. 이 책은 아주 독특한 재미와 당혹스러운 서늘함과 스피디하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독자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첫 장을 열었을 때, 현실의 허기에 찬 당신은 이미 빠져나올 수 없는 ‘악마의 시나몬 쿠키’를 입 안에 넣은 것이나 다름없다. : 문체는 간결하고 유머는 섬뜩하며 묘사는 회화적이다. 일찍이 이토록 잔인하고 유혹적인 성장소설을 본 적이 없다. ‘위저드 베이커리’를 방문해 보시라. 다시는 돌아보고 싶지 않았던, 우리 유년의 어두운 그림자를 부릅뜨고 만나 볼 비밀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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