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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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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연재 시 누적조회수 1100만을 넘은 공지영의 장편소설. 2005년 TV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광주의 모 장애인 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씌어진 소설로, 거짓과 폭력의 도가니 속에서 쏘아올린 용기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강인호는 아내의 주선으로 남쪽 도시 무진시에 있는 청각장애인학교 '자애학원'의 기간제 교사 자리를 얻어 내려가게 된다. 한때 민주화운동의 메카였던 무진. 첫날부터 마주친 짙은 안개 속에서, 그리고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교사들이 다수인 무섭도록 고요한 학교 분위기에서 인호는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한 청각장애아가 기차에 치여죽는 사고가 나도 이를 쉬쉬하는 교장, 행정실장, 교사들, 그리고 무진경찰서 형사 사이에서 인호는 모종의 침묵의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음을 감지한다. 부임한 첫날 우연히 듣게 된 여자화장실의 비명소리를 신호탄으로, 인호는 점차 거대한 폭력의 실체를 알아가게 된다. 인호는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고 세상에 알리려고 하고, 무진의 기득권 세력들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온갖 비열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데…. 작가는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오늘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입해 악의 본질, 거짓을 용인하는 우리들의 무의식, 진정으로 우리가 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는다. 도가니 : 이 소설에서 안개는 청춘의 방황을 암시하는 관념적 상징이 아니라 반대로 진실의 은폐와 개진에 관여하는 현실성의 표지이다. 기간제교사로 첫발을 디딘 주인공이 이 안개의 도시에서 발견하는 것은 이중 삼중으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인권을 짓밟는 악행에 학교 교장과 행정실장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기득권자들이 얼마나 교묘하게 상호보험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인간의 악마성과 사회적 불의가 얼마나 높은 성벽을 구축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을 어떤 의미에서 법정소설이라 할 때, 거기에는 두 개의 법정이 가정되어 있다. 세속의 법정은 판사와 검사, 변호사와 증인 등 온갖 실정법적 장치의 동원에 의해 진실을 위조하고 사회적 강자에게 공개적인 합법성을 부여한다. 작가는 이 과정을 냉정하고 세심하게 서술해나감으로써 세속의 재판정 자체를 심리하는 또 하나의 법정이 존재함을 독자들의 내면에 각인시킨다. 작가의 윤리적 상상력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이 양심의 법정을 믿는 사람들 편에 서게 하지만, 그의 미학적 균형감각은 주인공을 영웅화하는 대신 상처받은 소시민의 자리로 돌아가게 만든다. 이 패배의 아픔을 공유하자고 호소하는 것이 도덕적 폐허의 시대에 던지는 이 소설의 간절한 메씨지이다. - 염무웅 (문학평론가) : '도가니'와 무진시(霧津市)는 안개로 뒤덮인 이 세계의 축소판이다. 이 완강한 씨스템은 온갖 거짓과 협잡과 폭력이라는 안개를 동원해 치부를 감추고 진실을 질식시키려 한다. 누구나 말할 수는 있다. 거짓과 싸워야 한다고, 진실을 영원히 은폐할 수는 없다고, 길을 잃어도 희망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또 누구든지 폭력과 위선 앞에 분노하고 통한의 눈물을 흘릴 수는 있다. 하지만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온힘을 다해 무서운 폭력과 거짓이 세워놓은 안개감옥으로 뛰어들어 죽어가는 진실을 구해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놀랍게도 작가 공지영이 이 일을 해냈다. 약자 중에 약자인 장애아들의 편에 서서 광란의 도가니를 뒤엎고 거짓된 씨스템을 흔들어놓은 것이다. 그의 작업이 눈부신 것은 지옥도 같은 이 세계의 한복판에서 파헤친 진실의 두 손을 높이 치켜세워 만인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말한다. 한바탕 분노와 눈물로 끝내버리지 말고 진실을 끝까지 응시하라고, 중요한 것은 진실을 끝끝내 기억하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희망을 살려내는 가장 튼튼한 뿌리라고. 우리가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믿어온 것들이 퇴보해가는 이 시대에 <도가니>는 아름답고 준열한 정신을 새롭게 일깨우는 수작이다. - 박원순 (변호사,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 진실에 직면하는 것은 늘 끔찍하다. 그러나 진실에 직면하지 않고는 어른이 될 수 없다.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 구조자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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