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년에 걸친 초기 인류의 진화과정을 아버지와 아들로 이어지는 단 두 세대의 모험 속에 압축시킨 소설이다. 최초로 불을 발견하고, 최초의 철학적 논쟁을 펼치고, 인류의 진화와 장래를 걱정하는 등 갓 동물티를 벗은 순진한 인류에게 처음 있었을 법한 일들을 익살스럽게 설명한다.
주인공은 나무에서 갓 내려와 땅 위를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원숭이 혹은 원시인들. 진정한 인간으로의 진화를 앞당기기 위해 애쓰는 아버지 에드워드와 미개한 채로나마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기를 고집하는 바냐 아저씨 사이의 논쟁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을 은유한다.
무력을 신봉하는 오즈월드, 내세를 믿는 철학자 어니스트, 기술적 진보를 추구하는 윌버, 예술적 재능을 타고난 알렉산더, 동물을 길들이려고 애쓰는 윌리엄. 다섯 형제들의 성격과 태도, 사고방식 역시 오늘을 살고 있는 인류의 원형을 보여준다.
남녀간의 사랑을 처음 발견하는 장면은 경이롭다 못해 아름답고, 엄숙한 감동마저 자아낸다. 그림자와 꿈에 대한 해석은 현실 너머의 세계에 대한 인식으로 넓어지면서 진화의 차원을 높인다. 소설은 부계 사회를 향한 권력 승계의 시대를 열면서, 마침내 홍적세의 종말에 이른다. 그 상징이 바로 책의 제목에 함축되어 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국문학과를 중퇴했으며,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했다. 영어·프랑스어·일본어를 넘나들면서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허먼 멜빌의 『모비 딕』, 헨리 소로의 『월든』,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쥘 베른 걸작선집(20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등 많은 책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