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신교도 칼라스는 신교와 가톨릭 사이의 광신적 대립이 지배했던 프랑스 툴르즈에서 모범적인 가장으로 평온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날 그의 큰아들 마르크 앙투안이 삶을 비관한 끝에 목을 매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때 이 사건을 보려고 모여든 군중 가운데 누군가가 칼라스의 큰 아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하려 했기 때문에 가족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소리쳤다.
이 소문은 맹신적이고 신교도에게 적대적인 툴르즈 시민들 사이에 퍼져 나갔고, 여론에 격앙된 시에서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칼라스 가족을 체포했다. 거듭되는 가혹한 심문속에서도 칼라스 가족은 범행을 부인했지만 재판관들은 증거가 불충분함에도 칼라스를 수레바퀴에 매달아 사지를 찢어 죽이는 거열형에 처했다.
볼테르의 <관용론>은 이 '칼라스 사건'을 계기로 쓰여졌다. 당시 종교적 편견에 의해 조작된 칼라스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자 마음먹은 볼테르는 이 책을 통해 광신과 편견에 의한 진실의 왜곡, 무자비한 고문, 사형 등 야만적 형벌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동서양의 역사와 성서 등을 뒤져 불관용에 대한 반론의 논거를 구체적으로 찾아나간다.
불관용의 폐해를 합리적 '이성'으로 명쾌하게 반박해 나가는 볼테르는 관용론의 마지막 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후일 열매를 맺게 될 씨앗을 하나 뿌렸다… 이제 바야흐로 문명의 빛을 널리 퍼뜨리고 있는 이성의 정신에 모든 것을 맡기고 기다리는 일"만이 남아 있다라고.
그러나 볼테르가 기다리는 그 날은 아직도 먼 듯 하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 나치의 유대인학살, 종교와 인종의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계속되는 전쟁은 관용정신의 결핍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40여 년이 지난 볼테르의 이 책이 현재에도 '읽혀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