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아버지의 편지를 한 자리에 모았다. 이황, 백광훈, 유성룡, 이식, 박세당, 안정복, 강세황,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 등 열 사람이다. 모두 한 시대에 빛났던 쟁쟁한 학자요 문인이며 예술가들이다. 아버지의 편지를 한 통 한 통 읽다 보면 그 시절 삶의 풍경이 아련하다. 자식을 다잡아 향상시키려는 아버지의 쉴 새 없는 다그침에서 우리는 근엄한 선비 아닌 맨 얼굴의 아버지와 만난다.
오늘날 부모들이 자식의 대학 입시에 목을 매듯, 과거 시험 준비는 이들 편지에 단골로 등장한다. 그때는 그때 방식대로 자식에 대한 노심초사가 그치지 않았던 셈이다. 어려운 여건에서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아비의 심사도 안타깝지만, 학업에 전념하지 못하는 아들을 두고 다시는 얼굴을 보지도 않겠다느니, 죽고만 싶다느니 하는 엄살과 마주하면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어떤 책을 읽어라, 이런 방법으로 해야 한다, 그저 읽기만 해서는 안 된다. 주문과 요구가 끝이 없다. 공부의 방법을 찬찬히 일러주는가 하면, 약간의 나태도 용납함 없이 준절히 나무라는 훈계가 매섭다. 또 다 장성해서 벼슬길에 나간 자식에게 보낸 늙은 아비의 당부도 보인다. 그 와중에 틈틈이 숙제를 내 주고, 아들의 단정치 못한 글씨체까지 탓했다.
편지 속 아버지의 걱정과 염려, 조바심은 끝이 없다. 아들의 과거 공부를 걱정하고, 교만하지 말고 학문과 인간관계를 잘 닦을 것을 경계하는가 하면, 끼니를 잇기 어려운 가족에 대한 연민이 진하게 묻어난다. 저마다 놓인 상황이 다르고 당부하는 말도 제각각이건만 아버지의 육성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조선의 아버지들이 보낸 편지 속 사연은 사대를 건너뛰어 한 줄 한 줄 소중한 가르침이 된다.
김영안 : 조선 선비들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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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향한 염려와 걱정으로 조바심을 내며 편지를 쓰는 조선의 아버지들!
옛 아버지의 편지를 한 자리에 모았다. 이황, 백광훈, 유성룡, 이식, 박세당, 안정복, 강세황,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 등 열 사람이다. 모두 한 시대에 빛났던 쟁쟁한 학자요 문인이며 예술가들이다. 아버지의 편지를 한 통 한 통 읽다 보면 그 시절 삶의 풍경이 아련하다. 자식을 다잡아 향상시키려는 아버지의 쉴 새 없는 다그침에서 우리는 근엄한 선비 아닌 맨 얼굴의 아버지와 만난다. 여기에 복잡한 삶에 치여 왜소해진 현대의 아버지 상을 포개 놓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부모만큼 제 자식에 대해 잘 아는 이가 있을까? 아버지는 자식의 성품과 단점을 살펴, 자식에게 맞는 방법으로 가르침을 내린다. 백... “인생이 얼마나 되겠느냐, 젊은 시절은 머물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아버지의 육성을 편지로 읽다!
자식을 향한 염려와 걱정으로 조바심을 내며 편지를 쓰는 조선의 아버지들!
옛 아버지의 편지를 한 자리에 모았다. 이황, 백광훈, 유성룡, 이식, 박세당, 안정복, 강세황,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 등 열 사람이다. 모두 한 시대에 빛났던 쟁쟁한 학자요 문인이며 예술가들이다. 아버지의 편지를 한 통 한 통 읽다 보면 그 시절 삶의 풍경이 아련하다. 자식을 다잡아 향상시키려는 아버지의 쉴 새 없는 다그침에서 우리는 근엄한 선비 아닌 맨 얼굴의 아버지와 만난다. 여기에 복잡한 삶에 치여 왜소해진 현대의 아버지 상을 포개 놓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부모만큼 제 자식에 대해 잘 아는 이가 있을까? 아버지는 자식의 성품과 단점을 살펴, 자식에게 맞는 방법으로 가르침을 내린다. 백광훈이 맏아들에게 “늘 잘 보살피고 북돋워 일깨워서 저절로 배움을 좋아하는 마음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절대로 나무라거나 책망해서 분발함이 없게 해서는 안된다.”고 막내를 당부하는 대목은 깊은 울림이 있다. 성정이 대쪽 같았던 아들에게 반복해서 보내는 박세당의 안타까운 당부나, 노경에 이르러서도 근심을 놓지 않는 이황의 노파심에서, 부모 자식 간의 가르침은 나이와 관계없음도 문득 깨닫는다.
오늘날 부모들이 자식의 대학 입시에 목을 매듯, 과거 시험 준비는 이들 편지에 단골로 등장한다. 그때는 그때 방식대로 자식에 대한 노심초사가 그치지 않았던 셈이다. 어려운 여건에서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아비의 심사도 안타깝지만, 학업에 전념하지 못하는 아들을 두고 다시는 얼굴을 보지도 않겠다느니, 죽고만 싶다느니 하는 엄살과 마주하면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어떤 책을 읽어라, 이런 방법으로 해야 한다, 그저 읽기만 해서는 안 된다. 주문과 요구가 끝이 없다. 공부의 방법을 찬찬히 일러주는가 하면, 약간의 나태도 용납함 없이 준절히 나무라는 훈계가 매섭다. 또 다 장성해서 벼슬길에 나간 자식에게 보낸 늙은 아비의 당부도 보인다. 그 와중에 틈틈이 숙제를 내 주고, 아들의 단정치 못한 글씨체까지 탓했다. 곁에 있어 말로 했으면 듣기 싫은 잔소리일 뿐이었을 텐데, 떨어져 간절한 마음을 담아 적은 편지이다 보니 부자간에 오가는 애틋한 정이 함께 전해진다.
편지 속의 아버지들은 우리가 평소 알던 모습과 퍽 다르다. 박지원의 초상화를 보면 장대한 기골에 범상을 한 무서운 표정이다. 그런 그가 땀을 뻘뻘 흘리며 멀리 경상도 안의에서 고추장을 직접 담그고, 소고기 볶음을 만들어 서울 집에 보내는 사연을 접하게 되면, 다소 어리둥절해진다. 맛이 어떤지 왜 답장하지 않느냐고 다그치기도 하고, 손자 얼굴 생김새를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고 투정도 부린다. 연암의 문집에서는 결코 만나볼 수 없는 표정들이다. 손자 생각, 병든 아내와 허약한 며느리 걱정도 자주 등장한다. 벼슬길에 나서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일상이던 당시 상황이 빚은 사연들이다.
가난은 그들의 일상이었다. 백광훈은 서울에서 미관말직을 전전했다. 시골의 자식들에게 먹고 살 방도도 마련해주지 못하면서, 고작 한다는 말이 섬에 들어가 도토리 몇 가마를 주어 와 가루를 내어 밥에 섞어 먹으라고 한다. 먹거리의 해결을 위해 풋앵두를 따서 시장에 내놓는 박세당의 사연을 비롯해서 그 밖의 다른 편지에서도 끼니를 잇기 힘든 가난에 대한 근심은 늘 아버지의 마음에 그늘을 지우던 어려운 문제였다. 그러나 삶은 이렇듯 빈한했으되 정신은 밝게 빛났다.
귀양지에 있던 만년의 박제가는 귀양지의 일상을 하나하나 편지로 적어 아들에게 보냈는데, 이 편지들은 당시 그의 내면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유배객의 심사나, 그 남아도는 시간 앞에 무릎을 꿇지 않으려고 학문으로 마음을 다잡는 광경들도 새삼스럽다.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갇혀 있던 이식이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개인사와 역사는 한자리에 포개진다.
편지마다 아버지들의 개성이 저마다 달라서 무척 재미있다. 성격도 다르고 관심사도 같지 않다. 강세황이나 김정희는 예술가답게 편지에서도 글씨 쓰고 그림 그리는 방법이나 자기가 직접 만든 화로 등 사물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다. 공부의 방법에 대해 꼼꼼히 적고 있는 안정복의 편지를 보면 그가 천상 학자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편지에서 만나는 박지원은 뜻밖에 세심함으로 독자를 놀라게 한다. 편지글 또한 대문호답게 문예취가 넘쳐흐른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버지의 편지에서 귀 기울일 점은 역시 공부 방법에 관한 것이다. 책 읽기 방법, 글쓰기 요령, 수험 준비 자세, 집안에서의 범절 등 하나하나 제시된 내용들을 계통 있게 정리해 보면 과거 자녀교육 방식의 전체상이 그려진다. 원리면에서 보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고 힘 있는 가르침이다.
단순히 읽기의 재미만 가지고 본다면 따분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큰 가르침은 언제나 밋밋한 법.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아버지의 사연에서 그 시절 아버지의 뒷모습을 찬찬히 살펴보기 바란다. 사실 그때 아버지들의 야단이나 지금 내가 자식에게 날마다 해대는 잔소리나 다를 것이 하나 없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보면, 도대체 세상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 것이다.
젊은 날은 쉬 흘러가버려 머무는 법이 없다. 옛 선인의 거울에 비추어 오늘을 돌아보는 일, 이것이 우리가 고전을 읽는 진정한 보람이다. 이 책이 앞서 출간한 선인들의 유언과 가훈을 모은『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와 함께 읽혔으면 한다. 하나는 삶의 끝자리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내리는 당부이고, 다른 하나는 그때그때 놓인 상황에 따라 꾸밈없이 던진 육성인 까닭이다. 해당 원문은 뒤에 따로 실었다.(정민)
“응애 하는 소리가 종이 위에 가득하구나”
“초사흘에 관가의 하인이 돌아오면서 기쁜 소식을 가져왔더구나. 응애응애 하는 소리가 종이 위에 가득하다. 인간의 즐거운 일이 이것보다 더한 것은 없을 게다. 육순의 늙은이가 이제부터 엿을 물고 구슬을 희롱할 뿐 달리 무엇을 구하겠느냐? 또 다시 초이틀에 써 보낸 것을 보니, 산부(産婦)의 여러 증세가 여태도 괴롭기 짝이 없다고 했더구나.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산후의 복통에는 반드시 생강나무를 달여 먹이도록 해라. 두 번 만 복용하면 뚝 멎을게다. 이것은 네가 태어날 때 시험해 본 것으로, 노련한 의원 채응우(蔡應祐)가 시킨 것이다. 써보니 신통한 효험이 있었기에 말해둔다.
오늘이 바로 내 손자의 삼칠일이로구나. 2백 여 명의 관속들에게 아침에 국과 밥을 먹였더니 좋아하며 떠들썩하게 축하해주더구나. 다 쓰지 못한다.”
-연암 박지원이 1796년 3월 10일에 아들 종의에게 보낸 편지다. 며느리의 순산 소식을 기뻐하며 종이 위에서 아기의 응애응애 하고 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고 적어, 손이 귀한 집안에서 손자를 본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이상 본문 중에서)
연암이 손자를 얻고 얼마나 기쁨에 겨웠을까? 연암이 아들에게 보낸 이 편지를 보노라면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연암의 문집이나 다른 글에서 접하지 못하는 아버지 연암의 모습이 선명하다.
조선의 선비 열 사람. 이황, 백광훈, 유성룡, 이식, 박세당, 안정복, 강세황,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 이름만으로 한 세상을 풍미했던 학자요, 문인이요, 관료였다. 이 책에는 이들이 아버지로서 아들과 나눈 사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편지 속 아버지의 걱정과 염려, 조바심은 끝이 없다. 아들의 과거 공부를 걱정하고, 교만하지 말고 학문과 인간관계를 잘 닦을 것을 경계하는가 하면, 끼니를 잇기 어려운 가족에 대한 연민이 진하게 묻어난다. 저마다 놓인 상황이 다르고 당부하는 말도 제각각이건만 아버지의 육성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조선의 아버지들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아들에게 편지를 쓰는 모습이 낮설기만 한 우리 시대 아버지들은 어떻게 아들과 소통할까? 생각이 많아진다. 조선의 아버지들이 보낸 편지 속 사연은 사대를 건너뛰어 한 줄 한 줄 소중한 가르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