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크리스마스 날, 맨 먼저 선물을 받았으면서도 한 번 더 선물을 받고 싶은 아기토끼 '마시로'.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가, 온몸에 숯검댕을 칠하고 뚜벅뚜벅 산타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할아버지, 저도 크리스마스 선물 주세요."
맘씨 착한 산타 할아버지는 새까만 토끼의 정체를 단박에 알아차리지만, 시침 뚝 떼고 두 번째 선물을 건넨다. 마시로가 받은 선물은 씨앗 주머니. 신이 나서 돌아오는 길에 문득 '가족들마저 자신을 못 알아보면 어쩌나' 걱정이 된 마시로는 걸음을 멈추고 온몸에 묻은 숯검댕을 쓱싹쓱싹 지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를 어쩌나. 숯검댕은 도대체 지워지지 않고, 겁이 덜컥 난 마시로는 '거짓말로 받은 선물을 하느님께 돌려드리면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씨앗을 눈속에 파묻는다.
크리스마스에 어떤 선물을 받을 것인지 가슴 졸이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있는 그림책. 어린 아이가 그린 것처럼 표현한 단순한 선과 색이 해맑기 그지 없으며, 작품의 말미에 등장하는 전나무 트리의 기적이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1975년 일본에서 초판을 발행한 이후 2003년 기준으로 75쇄나 찍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