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안정효 씨가 낸 영어사전. 하지만 단어를 나열하고 뜻풀이를 해놓은 보통의 '사전'은 아니다. 한국인들이 남용, 오용하고 있는 국적불명의 외래어들을 찾아 잘못된 점을 오목조목 밝혀놓은 책이다. '개그맨', '매니아' '이벤트' 등 1000여개에 달하는 '가짜 영어'가 등장하며, 분량도 약 900페이지에 달한다.
이런 이상한 영어들은 본래 뜻과는 달리 엉뚱하게 만들어진 조어이거나 일본에서 훼손시킨 영어 단어를 수입해서 사용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사례를 수집한 곳은 주로 텔레비전과 신문, 간판 등 언론과 각종 인쇄물. 지은이는 특히 텔레비전을 주범으로 지목하는데, 말도 안되는 조어를 만들 시간과 기운으로 '우리말이나 좀더 열심히 가꾸지 왜 저럴까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면서 개탄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은 영어를 잘하기 위한 사전이라기 보다는 우리의 언어 생활이 어떻게 오염되었는지를 돌아보고, 바른 우리말 사용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영어는 제대로 배워 외국인들과 대화를 나눌 때 정확하게 사용하고, 한국인끼리 얘기를 주고받는 동안만큼은 온전한 우리말을 사용하자는 것'이 이 사전을 펴내는 취지라고 머리말에서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