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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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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허희정의 첫 소설집이다. 2018, 19년 문지문학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Stained」 「실패한 여름휴가」를 포함해, ‘“오로지 오해들로만 설명”되는 텅 빈 감정과 감각의 세계’(이광호)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보여주는 소설 7편이 수록돼 있다.
허희정은 『실패한 여름휴가』에서 “온전히 도저히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감정(「작가의 말」), 곧 이성적 판단이나 논리적 인과로 설명하기 힘든 불안의 감각을 형식과 이미지로 구체화해낸다. 문장을 무대 장치처럼 쌓아올렸다가 부서뜨리고,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기를 거듭하면서 흔적과 파편을 층층이 겹쳐 만든 그의 소설은 섣부른 정의나 명명을 비껴나며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언어는 실패할 수밖에 없고 쓰기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음을 또렷이 자각하면서도 “자의식과 우울에 빠지지 않고 소설의 막다른 벽을 넘어보려는 경쾌한 몸짓”(신인문학상 심사평)을 통해 장르 구분 없는 다채로운 시도를 첫 소설집에 인상적으로 담아냈다. 파운드케이크
: 비슷한 줄로만 알았던 미로와 미궁에는 실은 작지 않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전자는 한번 들어간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고 갈피를 못 잡게 만드는데(출구를 못 찾을 수도 있다!) 후자는 설계된 모든 길을 따라 걷도록 이루어져 있으며 언젠가는 그 중심에 도달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곱 겹의 모퉁이를 지닌 미궁의 입구에 들어서서 정치한 언어와 의식의 벽을 더듬어 나아가는 동안, 첫 소설집으로 이후 작가가 갈 곳의 좌표를 소략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으리라는 느슨한 인식을 바꿨다. 허희정의 소설은 아직까지 또는 언제까지고 규정되거나 규명되기를 원치 않는 것처럼, 자기 세계를 담아내기에는 언어가 미치는 영역이 비좁다는 듯, 쓸쓸했다가 모호했다가 재기 넘쳤다가 모험도 하고 실험도 하고 혼자 다 하면서 자신의 문장이 착륙할 최선의 자리를 탐색한다. 독자들의 뇌리에 선명한 필압을 남기고 싶은 동시에 흔적도 없이 부재하고 싶은 소망의 충돌을 온몸으로 버티어내는 이가 작가라면, 실로 방심할 수 없는 장력과 개성을 지닌 한 명의 작가를 기분 좋은 충격과 함께 만났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국일보 2020년 7월 3일자 '새책' - 경향신문 2020년 7월 3일자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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