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세계문학선 115권.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번 상연된 희곡 [노부인의 방문], [미시시피 씨의 결혼]의 원작자 뒤렌마트가 쓴 아주 색다른 형태의 추리소설로, 전통 추리소설이 내포한 허구적 동화를 깨뜨리면서 '우연'의 형태로 우리를 위협하는 현실이야말로 눈을 부릅뜨고 상대해야 할 적수임을 강조한다.
이 추리소설은 본디 뒤렌마트가 영화 연출가 라자르 벡슬러의 요청을 받아 영화 시나리오로 쓴 작품으로 [그 사건은 화창한 대낮에 벌어졌다(Es geschah am helligsten)]라는 영화로 제작되었다. 자신이 쳐놓은 그물에 얽혀 허우적거리며 벗어나지 못하는, 참담하게 실패하는 수사관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기존 추리소설의 인습을 깨고 미묘한 추리적 요소를 가미한 새로운 주제의 내용을 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 작품을 끝으로 뒤렌마트는 다시는 추리소설을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약속>은 추리소설이 지향할 점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추리소설에 부치는 진혼곡'이라는 부제와는 달리 이러한 장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가르쳐주고 있다.
약속- 추리소설에 부치는 진혼곡
사고(事故)- 아직도 가능한 이야기
작품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