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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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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교과서 속에 나란히 등장했던 ‘철수’와 ‘영희’를 기억할 것이다. 그 세대가 아니더라도 광고나 패러디 작품 등을 통해 이름과 해맑은 얼굴은 친숙할 정도이니, 한국의 어린이상을 대표하는 캐릭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에도 이같은 주인공들이 존재한다. 세계적인 출판사 펭귄 랜덤 하우스(Penguin Random House)의 브랜드 레이디버드(Ladybird)에서 1964년부터 출간해 인기를 끌었던 클래식 아동 도서 시리즈의 ‘피터’와 ‘제인’으로, 그들의 일상을 통해 아이들이 핵심 낱말들을 배우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번에 번역 출간된 <미술관에 갑니다(We go to the gallery)>에는 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아이들 ‘존’과 ‘수전’이 등장해, 엄마를 따라 전시를 관람하면서 현대미술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모범적이고 단란해 보이는 이 세 가족의 대화가 심상치 않다. 섹스, 성기, 페미니즘, 신의 죽음, 벤처 자본가, 서구 문명의 악취, 전쟁과 피 등, 어린이 책에 좀처럼 등장하기 어려운 주제들이 난무한다. 대체 이 책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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