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2013년 미당문학상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예심심사를 거쳐 추려진 시인 열 명의 작품을 대상으로 본심 심사위원들의 심사숙고 끝에 황병승 시인의 '내일은 프로'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본심 심사위원들은 "황병승은 말로 가능한 온갖 표현력을 동원하여 인식의 한계에 이를 때까지 주제에 천착하는 노력이 감명을 주었"다며 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이번 수상작품집에는 수상작 '내일은 프로'를 비롯해 수상작가 황병승이 직접 고른 자선시 '앙상블' 외 28편이 실려 있다.
자선시는 황병승 시인이 펴낸 세 권의 시집에서 선별한 시들로, 2003년 등단 이후 황병승 시세계의 특징과 그 변화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수상작가가 쓴 연보 '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송승환의 수상시인 인터뷰 '계속할 것인가, 중단할 것인가' 등을 통해 수상작가를 다각도로 조명하여 황병승 시인의 작품세계를 보다 깊고 세밀하게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최종후보에 오른 여덟 명의 시인들의 작품을 소개하여 다채롭고 활기에 찬 오늘날 우리 시의 면면을 엿볼 수 있다. 해당 시인들은 강성은, 김행숙, 이민하, 이수명, 이원, 이현승, 차주일, 최정례 시인으로, 예심을 맡은 심사위원들의 심사평과 시인별로 각각 6편의 시 작품도 함께 소개했다.
수상작가 황병승 특집
수상작 내일은 프로
수상 소감 이것은 기프트다
자선작 앙상블 외 28편
수상작가가 쓴 연보 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수상작가 인터뷰 계속할 것인가 중단할 것인가 _송승환
최종후보작
강성은 「환상의 빛」 외 5편
김행숙 「인간의 시간」 외 5편
이민하 「감은 눈」 외 5편
이수명 「나무에 올라갔는데」 외 5편
이원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외 5편
이현승 「벼룩시장」 외 5편
차주일 「골목」 외 5편
최정례 「인터뷰」 외 5편
심사 경위 제13회 미당문학상 심사 경위
심사평 이 사회의 서발턴들의 처절한 고독_이시영 시인
수상 :2013년 미당문학상, 2010년 박인환문학상 최근작 :<2014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내일은 프로> ,<육체쇼와 전집> … 총 14종 (모두보기) 소개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3년 《파라21》에 「주치의 h」 외 5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여장남자 시코쿠』, 『트랙과 들판의 별』, 『육체쇼와 전집』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2019년 7월 향년 4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수상 :2020년 대산문학상, 2016년 미당문학상, 2015년 전봉건문학상, 2009년 노작문학상 최근작 :<카프카, 카프카>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 총 52종 (모두보기) 소개 :199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사춘기》, 《이별의 능력》, 《타인의 의미》, 《에코의 초상》, 《1914년》,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가 있고, 산문집으로 《에로스와 아우라》, 《천사의 멜랑콜리》, 《사랑하기 좋은 책》 등이 있다.
수상 :2015년 미당문학상, 2015년 오장환문학상, 2012년 백석문학상, 2007년 현대문학상, 2003년 김준성문학상(21세기문학상, 이수문학상) 최근작 :<빛그물> ,<햇빛 속에 호랑이> ,<붉은 밭> … 총 32종 (모두보기) 소개 :1955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0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내 귓속의 장대나무숲』 『햇빛 속에 호랑이』 『붉은 밭』 『레바논 감정』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개천은 용의 홈타운』, 영역 시선집 『Instances』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흰 당나귀들의 도시로 돌아가다』가 있다. 백석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21년 1월 16일 별세했다.
수상 :2018년 시인동네문학상
, 2005년 현대시작품상 최근작 :<물끄러미> ,<시를 위한 사전> ,<나는 나무가 되고 구름 되어> … 총 34종 (모두보기) 소개 :1992년 『세계의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 『사랑은 탄생하라』 『나는 나의 다정한 얼룩말』, 산문집으로 『산책 안에 담은 것들』 『최소의 발견』 『시를 위한 사전』이 있다. 현대시학작품상, 현대시작품상, 형평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학부에서 시창작 수업을 하고 있다.
수상 :2022년 청마문학상(통영시문학상), 2019년 서라벌문학상, 2018년 김춘수시문학상, 2012년 노작문학상, 2011년 현대시작품상, 2001년 박인환문학상 최근작 :<내가 없는 쓰기> ,<도시가스> ,<나는 칠성슈퍼를 보았다> … 총 47종 (모두보기) 소개 :1994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왜가리는 왜가리놀이를 한다』 『붉은 담장의 커브』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마치』 『물류창고』 『도시가스』, 산문집 『나는 칠성슈퍼를 보았다』, 연구서 『김구용과 한국 현대시』, 평론집 『공습의 시대』, 시론집 『횡단』 『표면의 시학』, 번역서 『낭만주의』 『라캉』 『데리다』 『조이스』 등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현대시 작품상, 노작문학상, 이상시문학상, 김춘수시문학상, 청마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 :2022년 지훈문학상, 2012년 현대시작품상 최근작 :<미기후> ,<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 ,<어느 푸른 저녁> … 총 23종 (모두보기) 소개 :2000년 『현대시』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시집 『환상수족』 『음악처럼 스캔들처럼』 『모조 숲』 『세상의 모든 비밀』이 있다. 2012년 현대시작품상을 수상했다
수상 :2016년 김춘수시문학상, 199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최근작 :<개정판 이용악 전집> ,<첫, 시> ,<대답이고 부탁인 말> … 총 22종 (모두보기) 소개 :시인, 가천대학교 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시집 <아이스크림과 늑대>, <친애하는 사물들>, <생활이라는 생각>, <대답이고 부탁인 말>, 공저 <김수영 시어 연구>가 있다.
수상 :2018년 대산문학상 최근작 :<전자적 숲; 더 멀리 도망치기> ,<바리는 로봇이다> ,<베개 7호> … 총 33종 (모두보기) 소개 :2005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 『Lo-fi』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장편소설 『나의 잠과는 무관하게』 등이 있다.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제13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펴내며
미당문학상이 올해로 13회를 맞이했다. 우리 현대문학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미당(未堂) 서정주 선생의 문학적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미당문학상은, 지난 1년간 창작, 발표된 모든 시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여 삼천만 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2013년 미당문학상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예심심사(권혁웅, 김언, 이선영, 강계숙, 허혜정)를 거쳐 추려진 시인 열 명의 작품을 대상으로 본심 심사위원들(김사인, 김혜순, 송찬호, 이시영, 황현산)의 심사숙고 끝에 황병승 시인의 「내일은 프로」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본심 심사위원들은 "황병승은 말로 가능한 온갖 표현력을 동원하여 인식의 한계에 이를 때까지 주제에 천착하는 노력이 감명을 주었”다며 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제13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수상작 「... 제13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펴내며
미당문학상이 올해로 13회를 맞이했다. 우리 현대문학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미당(未堂) 서정주 선생의 문학적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미당문학상은, 지난 1년간 창작, 발표된 모든 시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여 삼천만 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2013년 미당문학상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예심심사(권혁웅, 김언, 이선영, 강계숙, 허혜정)를 거쳐 추려진 시인 열 명의 작품을 대상으로 본심 심사위원들(김사인, 김혜순, 송찬호, 이시영, 황현산)의 심사숙고 끝에 황병승 시인의 「내일은 프로」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본심 심사위원들은 "황병승은 말로 가능한 온갖 표현력을 동원하여 인식의 한계에 이를 때까지 주제에 천착하는 노력이 감명을 주었”다며 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제13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수상작 「내일은 프로」을 비롯해 수상작가 황병승이 직접 고른 자선시 「앙상블」 외 28편이 실려 있다. 자선시는 황병승 시인이 펴낸 세 권의 시집에서 선별한 시들로, 2003년 등단 이후 황병승 시세계의 특징과 그 변화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수상작가가 쓴 연보 「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송승환의 수상시인 인터뷰 「계속할 것인가, 중단할 것인가」 등을 통해 수상작가를 다각도로 조명하여 황병승 시인의 작품세계를 보다 깊고 세밀하게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최종후보에 오른 여덟 명의 시인들의 작품을 소개하여 다채롭고 활기에 찬 오늘날 우리 시의 면면을 엿볼 수 있다. 해당 시인들은 강성은, 김행숙, 이민하, 이수명, 이원, 이현승, 차주일, 최정례 시인으로, 예심을 맡은 심사위원들의 심사평과 시인별로 각각 6편의 시 작품도 함께 소개했다.
제13회 수상작, 황병승 「내일은 프로」
2013년 미당문학상 수상작은 황병승 시인의 「내일은 프로」이다. 수상작 「내일은 프로」는 2003년 등단 이후 시인이 10여 년 동안 무엇을 시도하고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보여주는 실패의 실제 기록이자 시인의 자화상이다. 이에 대해 황병승 시인은 수상작가 인터뷰에서 “생활도 글쓰기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실패의 반복 속에서 결국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다. 그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압도적인 욕망이다. 바닥을 치는 생활 속에서 내가 간신히 해나갈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한 줄이든 두 줄이든 써나가는 것이었고, 그렇게 써두었던 메모들을 실패라는 냄비에 넣고 끓인 결과이다.”라고 밝혔다.
피츠 피츠……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벽거리를
나는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비에 젖은 후줄근한 옷차림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여자가 집을 나갔다는 사실도 잠시 잊은 채
소설, 소설만을 생각하며 나는 달리기 시작했지요
또다시 실패를 보여주는 데 실패하고 말지라도
―「내일은 프로」 부분
수상작 「내일은 프로」에 대해 본심 심사위원 이시영 시인은 “모두 여덟 개의 소제목이 붙은 이 소서사에서 그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다양한 각도에서의’ 자신-화자의 실패담이다. 그 실패담들이 우리에게 강력히 환기하고자 하는 것은 ‘칼라(collar)가 더럽게 빳빳’한 기품 있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이 사회의 서발턴(subaltern)들의 처절한 고독이다.”라고 심사평을 남겼다. 또 황현산 문학평론가는 “한 사람의 시인으로서, 또는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서, 그는 완전한 성공에도 실패하지만, 완전한 실패에도 실패한다. 인간 조건으로서의 이 실패의 기록은 어떤 종류의 성스러운 자비심에 이른다.”고 평했다.
최종 후보작 … 강성은, 김행숙, 이민하, 이수명, 이원, 이현승, 차주일, 최정례
강성은 「환상의 빛」 외 5편
강성은의 시는 슬픔의 시간성을 영원의 지평으로 옮기면서 기억을 지우는, 혹은 지워야 하는 마음의 작업을 되풀이하는 역설 가운데 있다. 단지 조금 이상한, 단지 조금 아름다운, 그러나 결코 사라지지 않는 슬픔이 기억의 망각을 무용한 것으로 만들고, 잊고 싶은 상처, 보고 싶지 않은 삶의 부조리, 비참한 생의 난국을 희미하면서도 투명한 아이러니의 세계로 만든다. 부조리는 대개 기지에 찬 풍자와 조롱의 형식을 띤다. 하지만 연원도 물을 필요 없는 슬픔의 보편적 감정을 일깨우면서 서정적 부조리의 세계를, 부조리 자체가 아름다움으로 화하는 장면을 강성은의 시는 보여준다. ―강계숙(문학평론가)
김행숙 「인간의 시간」 외 5편
주지하듯이 미래파의 기원에 해당하는 시인이다. 미래파 시를 결정짓는 키워드를 몇 개씩 한꺼번에 거느리면서 등장한 시인. 새로운 미성년 화자의 목소리, 기체(유령)적인 상상력 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 김행숙의 선구적인 시적 성취는 그대로 우리 현대시의 살아 있는 역사가 되어가고 있다. 김행숙론으로 데뷔하는 평론가들의 숫자가 이미 그것을 증명하고 있으며, 그녀의 시는 여전히 탐구 대상이자 연구 대상으로 우리 눈앞에서 진화와 갱신을 거듭하고 있다. ―김언(시인)
이민하 「감은 눈」 외 5편
이민하의 시는 극한의 것이 발산하는 서늘함과 날카로움으로 늘 생생하다. 심리적 극한이든, 육체적 극한이든, 그것이 일상의 사소함과 평범함에서 빚어진다는 사실이 불현듯 드러날 때, 차갑게 깨진 유리 조각에 베인 양 우리는 화들짝 놀라게 된다. 그의 시는 육체적 통증을 유발하는 자극이 무뎌진 감각을 놀래듯, 인간의 고통이란 언제나 가장 익숙하고 가까운 것들에서 비롯한다는 진리를 자기도취와 안온한 착각에 빠져 사는 이들을 향해 집어던진다. 그래서 파랗게 날 선 그의 언어는 가까운 이들의 삶을 망가뜨리고, 그들을 회복 불가능한 처참과 비탄에 빠뜨리며, 그렇게 이 세계를 끔찍하게 망치는 자에게 겨눠진, 그의 기만적인 평화와 무지를 깨뜨리는 무기가 된다. ―강계숙(문학평론가)
이수명 「나무에 올라갔는데」 외 5편
시와 시론에서 모두 경지를 보여주는 우리 시단에서 매우 귀한 사례가 되는 시인이다. 무엇보다 시에서의 실험정신을 지상과제로 삼는 시인이 어떻게 하면 오래 써나가는 동시에 동어반복에 그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있는 시인. 이미 한 차례 폭발을 경험한 미래파 시인들이 향후 참고해야 할 가장 모범적이면서도 극단적인 사례를 선보인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김언(시인)
이원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외 5편
최근 이원의 시를 보면 말이 활달하고 거침이 없으면서도 산문에 떨어지지 않고, 일상에서 간절함을 길어 올리면서도 지리멸렬과는 거리를 두었다. 이전의 시들에서 보이던 어떤 테마, 어떤 대상들이 일상의 세목들로 바뀌었음에도 시는 더 간절해지고 슬퍼지고 지극해졌다. 그리고 지구 전체를 조망하는 유사-신(‘詩人’은 그런 조망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神’이지만, 제 자신이 그 조망 아래서 개미보다도 작다는 걸 아는 그런 신이다.)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지극한 슬픔과 고독이 그것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 대체 이 시인은 어디까지 깊어지려는 것일까. ―권혁웅(시인)
이현승 「벼룩시장」 외 5편
이현승의 시는 유달리 새롭지도, 남달리 서정적이지도, ‘화려하게 절망적’이거나 호사스럽게 꿈꾸는 포즈를 짓지도 않는다. 그의 시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다만 ‘욕정과 질투와 허기’―‘이것보다 명확한 것’은 없는 ‘벼룩시장’적 세계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별난 무엇이란 없다. 그러나 그 ‘구불구불한 생’에 그는 굳이 구차스러운 ‘주석을 달’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플 때 더 분명하게 존재하는 경향이 있’고, ‘고통보다, 통증보다 분명한 고독’은 없으며, ‘절박한 삶은 늘 각성과 졸음이 동시에 육박해온다’는 생의 간단치 않은 속성을 간단하게 묘파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시는 충분하다. ―이선영(시인)
차주일 「골목」 외 5편
차주일 시의 가장 소중한 미덕은 철학적 깊이를 갖춘 시라는 점이다. 그의 시에는 인생과 문학, 그리고 존재와 우주에 대한 사유가 빛나는 광맥을 이루고 있다. “기원(起源)을 실천한 것은 맨손이었다.”(「최초의 파종」)라는 시구가 시사하듯, 그의 시에는 ‘처음’‘맨발’‘맨손’으로의 귀환의지가 밑금처럼 가로놓여 있다. 이는 자본의 인격화에 대한 고요한 저항이며 상처입은 생의 숨결을 되찾고자 하는 언어에의 꿈과 맞물린다. ―허혜정(문학평론가)
최정례 「인터뷰」 외 5편
최정례만큼 하나의 시행이 하나의 국면이라는 것을 아는 시인은 드물다. 시행이 바뀌는 순간이 만들어내는 여백이란 하나의 상황이 다른 상황으로 재배치되기 위해서 필요한 자리다. 거기에 무수히 얽혀드는 업들, 이를테면 망설이다 놓친 다른 삶과 가져보지 못했던 회상과 살아보지 못했던 전생이 밀려든다. 이미 시단에 ‘최정례 풍(風)’이라 불러도 좋은 이 깊이가 도입된 지 오래다. 그런데 이 시인은 제 자신의 풍을 버리고 산문시로 나아갔다. 물론 산문시라고 해서 토막 난 중언부언의 줄글일 리 없다. 국면들의 섞임과 교체가 더 자연스러워지고 시선이 풍요로워졌다는 뜻이다. 이전의 시였다면 행을 꺾기 위해서 잘려나갔던 어떤 말들이 이처럼 모습을 드러낼 때, 우리는 저 유려함이란 시가 태어나는 자리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시인은 지금 시와 함께 시 쓰기의 비밀까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권혁웅(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