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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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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우문고 296권. '빈처'의 작가 빙허 현진건의 소설 모음집. '빈처', '까막잡기', '운수좋은 날', '불', '그립운 흘긴 눈', '술권하는 사회' 등 11편을 수록하였다.
일러두기 6 : 빙허 현진건은 1900년 9월 대구에서 현경운(당시 대구 우체국장)의 사형제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열두 살 때 일본으로 유학, 도쿄의 세이조 중학교에 입학하여 열일곱 살에 졸업하였다. 이듬해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하고 있던 중형仲兄 정건을 찾아가 호강?江대학에 입학하였다.
열아홉 살에 귀국한 빙허는 오촌 당숙(영관장교를 지냄)에 입양되어 청년시절을 보냈다. 빙허는 짧은 생애에 비하여 비교적 많은 작품들을 남겼는데 그의 작품을 통하여 나타나는 문학적 성과로는 사실주의적 경향, 단편 소설을 미학적으로 형성한 점, 그리고 서사적 자아인 ‘나’의 고백적 형식을 통하여 당대 현실의 사회적 모순과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작품을 발표순으로 열거해 보면 먼저 단편과 중편으로서 〈희생화犧牲花〉(1920), 〈빈처貧妻〉(1921), 〈술 권勸하는 사회〉(1921), 〈타락자墮落者〉(1922), 〈유린〉(1922), 〈지새는 안개〉(1923), 〈할머니의 죽음〉(1923), 〈까막잡기〉(1923), 〈그립운 흘긴 눈〉(1924), 〈운수 좋은 날〉(1924), 〈불〉(1925), 〈B사감舍監과 러브레터〉(1925), 〈새빨간 웃음〉(1925), 〈사립 정신병원장私立精神病院長〉(1926), 〈신문지와 철창鐵窓〉(1926) 등이 있고, 장편으로는 〈적도赤道〉와 〈무영탑無影塔〉 등 여러 편이 있다. 일반적으로 빙허憑虛의 문학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사조적 평가가 따르고 있다. 백철은 〈자연주의 문학과 현진건〉에서 빙허를 염상섭과 함께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이대 지주二大支柱로 보고 있음에 대하여 월탄月灘 박종화는 “이 땅에 있어 사실주의를 대성한 이는 현진건”이라고 못박고 있다. 이처럼 한 작가에 대하여 두 가지의 상이한 사상적 평가를 내리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여러 방면에 걸쳐 분석할 수 있겠지만 빙허의 문학적 성숙기가 사회적으로, 문학적으로 취약脆弱한 배경을 갖고 있다는 점이 크게 제기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의 문학 데뷔기라고 할 수 있는 1920년대의 사상적 혼란과 문학관의 난립 또는 해외 문화에 대한 무절제한 이식利植의 결과가 빙허의 문학을 밝히는 데 여러 가지 복잡한 배경을 이룬다. 빙허의 작품 중 《개벽》에 발표한 <빈처>는 그의 문학적 기량과 역량을 보이기에 충분하다. 극적인 사건의 전개를 개입시키지 않고, 정신적 가치 지향의 무명 작가와 양순하고 가난한 아내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으로는 물가의 오름과 월급 생활자의 비애, 그리고 주식株式의 이익과 물질적 가치를 따지는 경쟁적인 인물들의 생태를 잘 그려 놓음으로써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꼬집고 있다. 또 고등실업자로서 사회 체제 밖에서 겉돌 수 밖에 없는 지식인의 현실 소외의 문제를 리얼하게 다룬 자전적인 고백의 작품으로 초기의 신변 소설을 대표한다. 장인의 생일날에 모인 처형과 아내와의 대조로 이루어진 <빈처>는 비단옷을 입고 부티가 나는 처형과 매일 전당포나 드나드는 예술가 아내의 대비로 물질적 부유와 정신적 부유의 이원적 가치의 대립을 제기한다. 이것은 비단 잘사는 처형과 못사는 아내와의 단순한 비교가 아니라 물질과 정신의 대비를 암시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성격의 <술 권하는 사회>는 밤늦게까지 매일 술에 취해 들어오는 인텔리 남편과 그 아내의 이야기를 엮고 있는데, 이것은 일제 하 지식인들의 절망감을 나타낸 작품으로서 사회적 환경이 한 인간의 희망을 꺾고 끝내는 술주정꾼으로 만드는 장본인이 ‘사회’라고 자변自辯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이런 숨겨진 주제 의식 이외에도 이 작품은 사회 대 인간의 괴리 현상을 노출하고 있다. 즉 개인과 사회간의 불화와 갈등, 그리고 소외의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타락자〉는 중편으로서 주인공이 한 기생과 애정 관계를 맺어 오다가 성병을 선물로 받고 끝난다는 줄거리로 되어 있다. 빙허는 〈타락자〉를 집필할 무렵 플로베르와 모파상의 사실법寫實法에 심취했던 것 같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대부분이 작가 자신의 신변담에서 비롯된다. 작중의 인물이 일인칭인 ‘나’로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주인공들의 행동도 작가 빙허의 실제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그의 일인칭 초기 신변 소설을 통하여 1920년대 초라하고 절망에 허덕이던 인텔리의 자의식을 강하게 제기받기에 이른다. 초기의 신변 소설을 벗어나 후기에 접어들면 빙허의 세계는 더욱 심화 확대된다. 그리하여 〈할머니의 죽음〉, 〈운수 좋은 날〉, 〈불〉, 〈신문지와 철창〉 등에 이르면 초기 주관적이고 서술적인 기법은 객관적, 묘사적인 방법으로 바뀐다. 〈할머니의 죽음〉은 순수 객관 소설의 형식을 빌어 노환의 할머니를 둘러싼 가족들의 심상心像을 묘사해 간 작품이다. 〈운수 좋은 날〉은 빙허가 즐겨 쓴 일인칭 소설의 서술 형식을 벗어난 예외적인 3인칭 작품으로 명암의 대비를 예각적銳角的으로 추구하여 아이러니를 유발시키는 완미한 작품이다. 동시에 대부분의 전작前作들이 인텔리 중심의 인물 설정인 것과는 달리 하층의 노동자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인력거를 끌어서 생계를 부지해 오는 김첨지는 어느 날 의외의 큰 벌이를 해서 기분이 좋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인 치삼과 어울려 술을 마시면서 ‘운수가 좋은 날’이라고 흥얼대며 조금 전에 어느 여인으로부터 받은 수모감과 돈에 대한 복수심 그리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던 아내의 오랜 질병 등 그날이 웬지 운수가 좋은 것 같으면서도 불길한 예감이 들어 푸념을 늘어놓는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아내가 먹고 싶다던 설렁탕을 사들고 집으로 오는 길이 자꾸 불길하게 느껴진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예감 그대로 아내는 싸늘하게 식어 있고 어린애만이 젖꼭지를 빨고 있었다. 이와 같이 전후의 명암, 또는 행과 불행의 시추에이션의 대립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그 제목부터가 지극히 반어적反語的이다. 사회 제도의 모순이 개인에게 주는 위력을 반어적 관찰로 처리하면서 돈이 절대화된 사회에서 하층 계급의 비애와 좌절을 그려 준다. 비속어卑俗語로 일관되는 대화와 푸념, 투박한 노동 계층의 생활 감정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빈처>의 작가 빙허 현진건의 소설 모음- <빈처> <까막잡기> <운수좋은 날> <불> <그립운 흘긴 눈> <술권하는 사회> 등 11편 수록 빙허 현진건은 대구에서 태어났으나 43세에 생을 마감하였다. 그는 짧은 생애에 비하여 비교적 많은 작품들을 남겼는데 그의 작품을 통하여 나타나는 문학적 성과로는 사실주의적 경향, 단편 소설을 미학적으로 형성한 점, 그리고 서사적 자아인 ‘나’의 고백적 형식을 통하여 당대 현실의 사회적 모순과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빙허憑虛의 문학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사조적 평가가 따르고 있다. 백철은 〈자연주의 문학과 현진건〉에서 빙허를 염상섭과 함께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이대 지주二大支柱로 보고 있음에 대하여 월탄月灘 박종화는 “이 땅에 있어 사실주의를 대성한 이는 현진건”이라고 못박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