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섭, 김혼비, 남궁인, 문보영, 오은, 이은정, 정지우… 일곱 명의 에세이스트가 에세이 연작집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로 2020년 여름 독자를 찾아왔다. 찬란했던 순간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기억의 한 조각이 되어 우리 안에 오롯이 남는다. 언젠가 고양이를 구하지 못했던 그 안타깝고 돌이키고 싶은 순간부터, 친구가 되기로 한 설레는 순간, 나의 세상이 딱 캐리어 하나만큼 넓어졌던 순간까지. 계절처럼 이따금씩 돌아오는 기억 속 ‘언젠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작가 초대 플랫폼 북크루’에서 진행한 ‘에세이 새벽 배송 서비스 [책장위고양이]’를 통해 주 7일 새벽 6시마다 구독자들의 메일함을 두드렸던 총 63편의 글을 모은 연작 에세이집이다. 화려한 라인업으로 화제가 되었던 이번 에세이 연재는 작가들의 찬란했던 과거의 한 순간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 언젠가 느꼈을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그리움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지친 일상을 위로해주던 라디오 DJ의 클로징 멘트처럼, 할머니가 한 알씩 꺼내주던 ‘사랑방 알사탕’처럼 이 책을 읽으며 일곱 명의 작가들과 소곤소곤 수다를 나누는 독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 <책장위고양이> 첫 번째 시즌에 섭외를 받았을 때, 당장 새로운 연재를 시작할 여유가 없어 거절했다.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를 읽고 보니 그때 거절하지 말고 어떻게든 끼어서 묻어갈 걸 그랬다. 어쩜 이렇게 글이 다 다른지, 어쩜 이렇게 다 각자의 색이 살아있는지, 어쩜 이렇게 모인 모양새가 오밀조밀하고 알찬지. 그냥 잠깐만 살펴보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접시에 덜어 놓은 디저트를 집어 먹듯 이 책을 계속 읽고 있었다. 역시 배신하지 않는 라인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아주 상쾌하다. 묵직한 초콜릿이며 상큼한 당절임에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까지 딱 끝낸 기분이다. 음, 생각해보니 그때 끼어서 글을 쓰지 않길 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명의 독자가 되어 읽은 이들의 글이 이렇게 재미있는 걸 보면.
: 언젠가의 사건사고와 언젠가의 꿈과 희망을 돌아보는 글이 주는 충만함이 좋다. 글눈 밝은 7명의 작가들이 고양이, 작가, 친구, 방, 결혼을 비롯한 화두를 놓고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런 즐거움과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현재를 잘 사는 사람들이 갖는 건강함이 이런 것이리라. 다 읽고 나니 친구 몇이 생긴 느낌이다. 연락처는 교환하지 못했지만 그리울 때면 이 책을 펼쳐 읽을 일이다.
시인. 시집 《책기둥》 《배틀그라운드》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 소설집 《하품의 언덕》, 산문집 《준최선의 롱런》 《일기시대》 《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 등이 있다. 독자들의 집으로 손글씨 원고를 부치는 일기 딜리버리를 운영하고 있다. 제36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책장위고양이>의 구독자들은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글을 쓰는 한 개인의 과정을 응원하고 위로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이전과는 다른 글이 나왔습니다. 다시, 계속 다정하게 당신의 첫 문장이 되어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혼비 (지은이)의 말
매주 정해진 주제어를 받아 그에 관한 에세이를 한 편씩 쓰는 건 처음 해보는 작업인데요. 어쩐지 발표된 시제에 맞춰 글을 쓰는 과거시험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그렇게 9주간 과거를 치르고 나서보니 결국 치렀던 건 과거(過去)였던 것 같아요. 과거의 여러 시간들에 머물다 올 수 있어서, 그 일부를 손이 움직이는 대로 자유롭게 꺼내볼 수 있어서 즐거웠던 휴식 같은 작업들이었습니다. 독자 분들께도 이 글들이 그렇게 다가가면 참 좋겠습니다.
남궁인 (지은이)의 말
조금 다른 원고였으면 했습니다. 다른 작가들과도, 이전의 저와도.
문보영 (지은이)의 말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로 시작하는 문장을 쓰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버거웠나 봅니다. 뭔가 필요했어요. 이를 테면, 나로부터 도망. 그러자 뇌이쉬르마른이라는 상상의 친구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이 친구 덕분에 제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었고, 멀리 도망갈 수 있었습니다. 이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호흡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숙면하세요!
오은 (지은이)의 말
쓰는 사람보다 읽는 사람의 마음이 더 컸던 시간이었다. 동료 작가들의 멋진 글 덕분에 요일별로 기뻤다.
이은정 (지은이)의 말
<책상 위 고양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올해 저의 봄은 끔찍했을 거예요. 유일한 숨통이었습니다. 이 책이 올여름의 숨통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어요.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빛나는 작가님들, 그리고 따뜻했던 독자분들, 모두!
정지우 (지은이)의 말
어느 날, 그저 이런 일 해보면 재밌겠다는 상상이 들어 시작해본 일이었는데, 무척 뜻깊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매번 새롭게 던져지는 주제들에 때로는 당황하기도, 막막하기도 했지만, 스스로 어떤 글을 쓰게 될지 궁금해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쓰곤 했네요. 즐겁게 글 썼던 봄을 언젠가 그립게 기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