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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인의 하이쿠 소개서. 일본의 대표적인 하이쿠 시인들의 작품을 모으고 각각의 하이쿠마다 충실한 해설을 붙였다. 에도 시대의 바쇼, 부손, 잇사, 시키뿐 아니라 현대의 다코쓰, 만타로, 구사타오 등 130명의 시인들의 주옥같은 하이쿠 1,370여 편이 실려 있다. 또한 해설 '언어의 정원에서 읽는 한 줄의 시'에는 하이쿠의 역사와 배경뿐 아니라 서양의 하이쿠 시인들에 대한 소개까지 담았다.

저자 류시화는 하이쿠를 읽기 위해 독학으로 일본어와 일본 문학을 배웠으며, 오랜 시간을 쏟아 이 책을 완성했다. 캘리그라퍼 강병인이 쓴 하이쿠 캘리 다섯 점이 특별 제본으로 담겨 있다.

1 하이쿠
2 자유율 하이쿠
3 언어의 정원에서 읽는 열일곱 자의 시
4 한 줄 하이쿠 - 출전
5 참고 서적

: 옛날 중국의 어느 시인은 말해야 할 것을 열두 행으로 말할 수 없다면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낫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하이쿠는 그것보다 더 짧게 말한다.
옥타비오 파스 (199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 하이쿠는 ‘새를 놀라게 하지 않고 새장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새는 언어를 의미한다. 말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시다. 그래서 ’가벼운 깃털은 무거운 돌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4년 7월 6일자

수상 :2012년 경희문학상
최근작 :<[큰글자도서]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큰글자도서]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 총 145종 (모두보기)
소개 :

류시화 (지은이)의 말
하이쿠는 5 ·7·5의 열일곱 자로 된 한 줄의 정형시입니다. 16세기에 유행하던 귀족들의 고상한 언어유희인 렌가(連歌)를 서민과 민중의 언어로 패러디한 것이 하이카이 렌가, 즉 해학적인 렌가입니다. 렌가는 두 사람 이상이 모여 첫 번째 사람이 한 줄의 시를 읊으면 두 번째 사람이 그것을 받아 또 다른 시를 이어가는 일종의 시 짓기 놀이입니다. 이때 첫 번째로 읊는 시는 다음에 이어질 시들의 주제와 분위기를 결정짓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17세기에는 이 첫 번째 시가 독립되어 한 줄의 시로 발전하게 되었고, 언어유희를 뛰어넘은 높은 문학성이 담긴 이 시들은 훗날 ‘하이쿠(俳句)’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숨 한 번의 길이만큼의 시 ’라고 불릴 정도로 짧기 때문에 압축과 생략이 특징이며, ‘모습을 보이고 마음은 뒤로 감추라’가 하이쿠의 기본 원칙입니다. 단순히 촌철살인의 재치나 말장난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문학적인 은유와 감성을 통해 인간의 고독과 허무, 자연과 계절에 대한 느낌, 삶에서 얻은 순간적인 깨달음을 단어들 사이에 숨겨 놓는 시가 하이쿠입니다. 따라서 '하이쿠 읽기'는 그 숨겨진 것을 '읽어 내는 일'입니다. 하이쿠의 매력은 바로 독자의 '읽어 내기'에 있습니다. 숨은 의미를 읽어 내지 못하면 하이쿠는 전혀 시 같지 않은 싱거운 한 줄의 문장이 되어 버립니다. 우리의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상징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 눈에 띄기를 고대하는 그것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사물들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어 합니다. 공감의 시선으로 자연 속 상징들을 읽고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하이쿠입니다.
제가 하이쿠를 처음 접한 것은 30년 전쯤의 일입니다. 영어로 된 책들을 통해 명상을 공부하던 중, 책들에서 가끔 인용되는 하이쿠(영어로 번역된)를 읽고 시인으로서 관심과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 원문으로 하이쿠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일본에 갈 때마다 하이쿠 시집과 관련 서적들을 구해 읽었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여전히 하이쿠의 세계에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저 자신도 종종 한 줄의 시를 쓰고 있습니다. 언젠가 그것들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시인이 다른 나라 시인들의 시를 번역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며, 시인으로서의 의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학자나 전공자들에 비해 배경 지식과 자료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겠지만 시를 이해하는 감성의 깊이는 오히려 뛰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의 번역은 정확한 직역만이 아니라 시인이 그 시를 쓸 때의 감성과 의도를 공감하는 능력, 나아가 그것을 자기 나라의 단어들과 운율로 표현하는 언어 감각이 요구되는 일입니다.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는 일본어에 능숙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바쇼의 하이쿠를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일에 참가했습니다. ‘당신의 부재가 나를 관통하였다 / 마치 바늘을 관통한 실처럼 / 내가 하는 모든 일이 그 실 색깔로 꿰매어진다’(<이별>)를 쓴 미국의 계관 시인 W . S. 머윈은 일본인과 함께 바쇼와 부손의 하이쿠 영역 시집을 출간했으며, 작년에 한국을 방문한 미국의 여성 시인 제인 허쉬필드도 하이쿠를 번역했습니다.
정치는 싸우고 문학과 예술은 교류하는 것입니다. 문학과 예술은 국경 을 뛰어넘어 인간이 공통적으로 가진 삶과 존재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일본을 알려면 일본인의 키워드인 하이쿠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외국의 대통령이나 수상, 유명한 CEO들이 일본을 방문하면 연설에 하이쿠를 인용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일본의 시인들이 자신들의 감성과 깨달음을 한 줄의 시 형태로 표현해온 하이쿠를 읽는 것은 일본인의 감성에 접근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저는 단지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 하이쿠를 읽거나 번역 소개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상징들, 인간 존재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계절적인 느낌들, 아름다움은 영원이 아니라 변화와 소멸에 있다는 자각,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새로운 형식의 시를 소개하기 위해 이 작업을 해 온 것입니다. 책이 두껍지만 즐겁게 읽어 주시고, 앞으로 계속해 나갈 저의 이러한 작업들에 대해 변함없는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