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읽다가 어떤 글귀에 눈길이 멈췄습니다. ‘Keep small peace in your heart.(마음속에 작은 평화를)’라는 문장입니다. 기사는 미국인 여성 엘리샤 베이 로렐(Alicia Bay Laurel)의 인터뷰. 엘리샤는 작가이자 음악가이며 그림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그녀의 책을 좋아해서 가끔 생각이 날 때마다 책장을 넘겨보곤 합니다.지금 ...
한창 주거 문제로 골몰하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다가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그 유명한 문구가 내 눈에는 신기하게도 ‘인간은 노력하는 한 이사한다’로 읽히는 것이 아닌가. 주거 문제가 은연중 내 삶에 중요한 비중으로 다가와 있었다. 투쟁 끝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건 서른여섯 살이 돼서다. 대출이 대부분이라 ‘...
“아, 그녀는 오늘도 잔뜩 가시가 돋아 있겠지.”저는 불편한 여성 상사와의 관계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와의 어색한 관계는 석 달 정도 이어졌습니다. 대기업 완구회사에 입사한 지 약 10년, 지금은 기획개발 부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팀원은 모두 열네 명. 대략 4년 전부터 직속 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상사는 감정의 변화가 심했습니다. 처음에도 관계...
“뭐라고? 총을 소지했다고?”꾸벅꾸벅 졸던 예은은 옆자리에서 버럭 들려온 고함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출동 준비해. 총 가진 놈 있다니 무장하고.”전화를 내려놓은 두진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총이라고요?”평소 표정에 거의 변화가 없는 예은이지만, 이번만큼은 놀랐는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니미, 오늘의 운세가 어째 그 모양이더라니. 야, 2팀. 출동...
그러고는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비더니 줄곧 자기를 주시하던 타이웨이에게 자료를 건넸다. “범인은 남자고 나이는 25~35세 정도, 키는 175센티미터를 넘지 않고 분명 마른 체격일 겁니다.” 타이웨이는 팡무를 응시하다가 몇 분 뒤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게 다인가?” “네, 그게 답니다.” 팡무는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타이웨이는 크게 실망했다.팡...
오랜만에 켠 티브이에서 박지윤 아나운서와 패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의 토론 주제는 결혼 5년 차, 두 아이의 엄마이자 여러 프로그램 MC로 활발하게 활동중인 박지윤 아나운서가 내놓은 안건, “일도 아이도 포기 못 하는 나, 비정상인가요?”였다. 아이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절대적이기에 엄마의 커리어를 포기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시각부터 ...
05.블라디미르 레닌이 죽었다(……) 사람들 위에 그토록 높이 있으면서도 공명심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생생한 관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또 있을까,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에게는 노동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공감을 끌어내는 자석과도 같은 매력이 있다. 레닌은 이태리어를 할 줄 몰랐으나 샬랴핀 같은 다른 러시아 거물들을 많이 보아 왔던...
메모해온 주소지에 서있는 것은 오래된 2층짜리 연립주택이었다. 방 한 칸 한 칸이 얼마나 비좁은지는 건물 외관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근처에 대학이 몇 군데나 있어서 주로 그 대학생들의 입주를 전제로 한 건물일 터였다.1층 가장 안쪽이 와키사카 다쓰미의 방이었다. 프레임에 온통 녹이 슨 자전거가 현관문 옆에 세워져 있었다. 작은 창문 너머는 깜깜...
한 담 어·느·것·으·로·할·까나~ 바람의 여신 닌릴은 평소처럼 수경(릣떮)으로 하계라고 할까, 그 일행을 보고 있었다.“늦느니라, 늦느니라, 늦느니라.”이세계인 놈, 좀처럼 이 몸에게 공물과 기도를 바치지 않느니라. 기다리다 지칠 무렵에 펜리르가 이세계인에게 화를 냈다. 잘했다, 펜리르. 역시 이 몸이 가호를 받을 만하니라. 하나 이 ...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정여울의 심리 치유 에세이5. ‘보이지 않는 시간’을 소중히 여겨라콤플렉스는 참 변화무쌍하다. ‘나쁜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때로는 좋은 역할을 하고, 이제는 드디어 사라졌구나 싶으면 뭔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서 우리를 괴롭힌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실은 말하기 콤플렉스 때문이었다. 말하기가 싫어서 글쓰기로 도피했다....